
중동 전쟁의 확전·장기화가 글로벌 에너지 시장을 뒤흔들고 있는 가운데, 한국 정부가 선제적 비상대응에 나섰다. 국제에너지기구(IEA)가 현 사태를 “역사상 최악의 에너지 안보 위협”으로 평가하는 상황에서, 오는 27일에는 석유 최고가격 2차 고시까지 예정돼 있어 서민 생활비 충격이 현실화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24일 청와대에서 주재한 제11회 국무회의에서 “정부 차원의 비상 대응체계를 선제적으로 가동해야 한다”고 지시했다. 그는 “배달 용기부터 의료 도구까지 일상에서 석유화학 제품이 쓰이지 않는 곳이 없다. 언제 어디서 어떤 문제가 벌어질지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각 부처에 수급 우려 품목 전면 점검과 대체 공급망 확보를 주문했다.
유가 인상 ‘불가피’…담합 수사로 시장 압박
정부는 오는 27일로 예정된 석유 최고가격 2차 고시에서 가격 인상이 불가피한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이 대통령은 “국제 유가가 큰 폭으로 올라 가격 인상이 불가피하지만, 국민 삶에 미칠 충격을 조금이라도 덜기 위한 구체적 방안을 신속히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와 동시에 검찰은 정유사들의 기름값 담합 의혹 수사에 전날 착수했다. 이 대통령은 “국민 고통을 악용한 부당한 돈벌이에 대해서는 법과 원칙에 따라 발본색원하고 일벌백계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에너지 업계에서는 정부가 가격 고시와 수사 카드를 동시에 꺼내 시장 압박 수위를 높인 것으로 분석한다.
‘전시 추경’ 신속 편성…지역화폐로 골목상권 직접 순환
이 대통령은 추가경정예산안 편성과 관련해 “전시 추경 편성과 처리는 빠를수록 효과가 배가될 것”이라며 신속한 국회 처리를 촉구했다. 예산 규모에 대해서는 “미리 전체 규모를 정해놓고 사업을 억지로 꿰맞추기보다 실제 현장의 필요를 충실히 반영해야 한다”며 현장 중심의 유연한 편성 원칙을 제시했다.
지원 방식으로는 현금보다 지역화폐를 선호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지역화폐 형태로 지급해야 골목상권에 돈이 빨리 돌고 경기 순환에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또한 소득 수준에 따른 차등 지급의 필요성도 강조하며 “어려운 사람들에게 돈을 더 많이 지급하는 것은 경제정책상 필요한 일”이라고 역설했다.
국채 발행 없는 추경…유류세 인하와의 정책 선택
재정 건전성 논란과 관련해 이 대통령은 “이번엔 초과 세수가 있어 빚 내지 않고 하는 추경”이라고 설명했다. 재정 전문가들은 초과 세수를 활용함으로써 국채 시장에 대한 추가적 압력 없이 경기 부양 효과를 도모할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한다.
유류세 인하와 직접 지원 중 어느 쪽이 효과적이냐는 논쟁에 대해 이 대통령은 “유류세를 깎아주면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심해진다”며 “일부는 세금을 깎아주되, 일부는 재정지출을 통한 직접 지원을 하는 것”이라고 병행 추진 방침을 밝혔다. 경제학계에서는 두 정책의 수혜 계층과 파급 경로가 상이한 만큼, 실제 집행 결과를 면밀히 추적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