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자산시장의 오랜 공식이 흔들리고 있다. 수십 년간 가계 자산의 중심이었던 부동산을 주식시장이 시가총액 기준으로 사실상 추월한 것이다.
15일 종가 기준 코스피 시가총액은 약 6,135조원으로, 한국은행과 국가데이터처가 발표한 2024년 말 수도권 주택 시가총액 잠정치(약 4,914조원)를 약 1,220조원, 24.8% 웃돌았다. 불과 1년 5개월 전인 2024년 말, 코스피 시총(1,963조원)은 수도권 주택 시총의 40% 수준에 불과했다.
1년 5개월 만에 4,171조원 폭증…무슨 일이 있었나
2024년 말 코스피 시총은 전년 대비 163조원(7.7%) 줄어든 1,963조원이었다. 당시는 비상계엄 사태로 정치·사회적 불안이 극에 달하던 시기였다.
이후 반도체 슈퍼사이클이 본격화하면서 시장의 흐름이 바뀌었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 대형 반도체주가 랠리를 이끌었고, 코스피는 지난 14일 장중 사상 처음으로 8,000포인트를 돌파했다. 코스피·코스닥·코넥스를 합산한 국내 전체 증시 시총은 같은 날 종가 기준 약 7,204조원으로, 2024년 말 기준 전국 주택 시가총액(7,158조원)과 사실상 어깨를 나란히 했다.
주택은 완만한 회복, 주식은 폭발적 랠리

같은 기간 주택시장의 온도는 달랐다. 한국부동산원 주택종합 매매가격지수에 따르면 2024년 12월 대비 올해 4월 상승률은 전국 1.9%, 수도권 4.4%, 서울 9.8%에 그쳤다. 코스피 시총 상승률(+212.5%)과는 비교가 되지 않는 수준이다.
공동주택관리정보시스템과 부동산원 조사를 토대로 추산한 올해 4월 수도권 아파트 시총은 약 4,704조원이다. 수도권 아파트 606만 3,135호에 평균 매매가격 약 7억 7,580만원을 곱한 수치다. 같은 기간 코스피 월평균 시총(약 4,978조원)이 이를 약 237조원(5.8%) 앞섰다. 다만 한국부동산원은 평균 가격의 시계열 변동 해석에 한계가 있다고 명시하고 있어, 이 수치는 방향성 판단을 위한 보조 지표로 활용된다.
“생산적 금융의 성과” vs “상당 부분 거품” 엇갈린 시각
전문가들의 시각은 엇갈린다. 김광석 한국경제산업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아파트로 갈 수도 있었던 유동성의 상당 부분이 주식시장으로 흘러 들어간 결과가 상승률 차이로 나타난 것”이라며 “아파트를 투기·투자 수단으로 고려하는 접근이 많이 상쇄됐고, 현재까지는 생산적 금융이라는 목표대로 잘 전개되고 있는 것 같다”고 평가했다.
반면 양준석 가톨릭대 경제학과 교수는 SK하이닉스·삼성전자 등 주요 종목의 가파른 주가 상승만큼 미래 수익성이 실제로 증가했는지 의문이 있다며 “상당 부분은 거품이라는 염려가 있다”고 신중한 판단을 권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