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주량 반 토막 났다는데
한국 조선업계는 인도로 달려갔다
‘다음 슈퍼사이클’ 준비에 박차

선박 수주가 급감해 ‘정점은 지났다’는 불안이 퍼지는 가운데, 국내 조선업계가 미국에 이어 인도 시장까지 선점하며 다음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HD현대는 인도 최대 국영 조선소와 손잡았고, 한화오션도 현지 파트너십 구축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인도 정부가 조선업 부흥에 수십조 원을 쏟아붓는 지금, 한국은 그 중심에 서고 있다.
수주 절벽 예고된 K-조선…인도에서 돌파구 찾았다
한국 조선업은 코로나19 이후 해운 수요 급증에 힘입어 전 세계 선박 발주를 휩쓸었다.
하지만 호황은 길지 않았다. 글로벌 선박 발주량은 올해 상반기에만 지난해보다 54% 줄었고, 이 흐름이 이어진다면 국내 조선소들도 3년 뒤부터는 ‘일감 가뭄’에 직면할 가능성이 커졌다.
위기를 미리 감지한 국내 조선업계는 인도로 눈을 돌렸다. 인도는 해양 산업을 미래 성장동력으로 삼고 2047년까지 세계 5대 조선국에 오르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1조 5천억 루피(약 24조 원)를 들여 조선소 클러스터를 만들고, 2040년까지는 자국 조선소에 원유 운반선 112척을 발주하겠다는 목표도 내놨다.
이 기회를 가장 먼저 붙잡은 건 HD현대였다. 이들은 인도 국영 조선소인 코친조선소와 포괄적 양해각서를 맺고 장기적 기술 협력에 나섰다.
HD현대는 선박 설계, 자재 구매, 인력 교육 등을 전방위적으로 지원하며, 향후 공동 수주도 함께 추진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한국 조선 기술을 현지에 이식해 파트너와 함께 성장하겠다는 전략이었다.
한화오션도 발 빠르게 움직였다. 인도 항만해운수로부 관계자와 면담하고 힌두스탄조선소 등 주요 현장을 방문하며 협력 논의를 이어갔다.
이는 단순한 시장 개척이 아닌, 인도의 국가 산업 전략에 직접 뛰어드는 움직임이었다.
“지금이 적기”…인도가 먼저 손 내밀었다
사실 이번 흐름은 인도 정부가 먼저 한국에 신호를 보내면서 시작됐다. 지난해 말 인도 고위 관계자들이 HD현대, 삼성중공업, 한화오션 등 국내 주요 조선소를 직접 방문해 기술력과 인프라를 눈으로 확인했다.
인도 정부는 2021년 ‘해양산업 비전 2030’, 2023년에는 ‘해양산업 황금기(Amrit Kaal) 2047’ 계획을 내놓고 해운·조선 육성에 국가적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이를 통해 연간 60% 이상의 고성장을 이어가고 있으며, 한국과의 협력이 그 성장 속도를 더 끌어올릴 열쇠로 주목받고 있다.
해양 산업 육성에 나선 인도, 그리고 세계 최강의 기술력을 보유한 한국 조선업이 만난 지금이야말로 ‘제2 전성기’의 출발점이 될 수 있다는 기대가 커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