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열광하자 “한글로 써놓고”… ‘초유의 사태’ 벌어졌다

한국 식품 모방한 ‘짝퉁’ 제품 횡행
5년간 피해액 약 400억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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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식품 모방 제품 횡행 / 출처: 연합뉴스

해외 현지 매장 진열대에서 한국 제품과 똑같은 포장의 라면을 발견한 한 소비자가 제품을 살펴보다 깜짝 놀랐다.

검은색 포장에 불을 뿜는 닭 캐릭터까지 똑같았지만, 자세히 보니 한국산이 아니었다.

최근 급증하는 한국 식품 모방 제품에 대한 업계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원조 맛은 우리가 알죠”… 한국 식품 베끼기 횡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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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식품 모방 제품 횡행 / 출처: 한국식품산업협회

중국, 일본, 태국 등 해외 곳곳에서 한국 식품을 모방한 제품들이 버젓이 판매되고 있다.

중국의 한 업체는 한글로 ‘사나이’라는 브랜드를 만들어 국내 라면 제품 디자인을 그대로 베꼈다.

CJ제일제당의 ‘백설 하얀설탕’은 ‘한국수입 하얀설탕’으로, ‘쇠고기 다시다’는 ‘쇠고기 우육분’이란 이름으로 둔갑했다.

심지어 ‘우리 맛을 지켜가는 고향의 맛’이라는 한글 설명까지 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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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식품 모방 제품 횡행 / 출처: 연합뉴스

일본의 유명 식품 회사인 닛신은 분홍색 포장에 한글로 ‘볶음면’이라 적은 유사 제품을 내놓았고, 태국의 한 제품은 아예 ‘한국 불닭 맛’이라는 한글 문구까지 새겼다.

가격도 태국 현지에서 정품이 45밧(약 1600원)에 팔릴 때 모방품은 20밧에 판매돼 소비자들의 혼란을 부추기고 있다.

이제는 법적 대응까지… “우리 맛 지켜내겠다”

이처럼 한국 식품의 세계적 인기에 편승한 모방품들이 확산되자 식품업계도 더는 좌시하지 않고 본격 대응에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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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식품 모방 제품 횡행 / 출처: 연합뉴스

2023년 국내 식품업계가 중국 현지에서 처음으로 공동 법적 대응에 나서 승소 판결을 이끌어냈다.

CJ제일제당, 삼양식품, 대상, 오뚜기 등 4개사는 한국식품산업협회와 함께 협의체를 구성해 중국 업체들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이들은 2021년 3월 먼저 경고장을 보냈지만 시정 조치가 이뤄지지 않자 같은 해 12월 본격적인 법적 대응에 나섰다.

중국 법원은 “시각적 부분에서 유사하게 복제한 점이 인정된다”며 최대 3730만원의 배상금 지급을 명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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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식품 모방 제품 횡행 / 출처: 연합뉴스

CJ제일제당의 경우 중국 현지 직원들을 총동원해 온라인 쇼핑몰과 유통업체를 샅샅이 뒤져 증거 자료를 확보하는 등 적극적으로 대응한 끝에 승소할 수 있었다.

하지만 여전히 난관은 남아있다. ‘불닭’처럼 일반적인 음식 명칭의 경우 상표권 보호에 한계가 있어 법적 대응이 쉽지 않다.

특허청에 따르면 중국 내 상표 도용 건수는 2017년 977건에서 2022년 2094건으로 2배 이상 늘었다.

이로 인한 국내 식품업계의 5년간 피해액은 약 400억 원에 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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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식품 모방 제품 횡행 / 출처: 연합뉴스

업계는 제품에 ‘KOREA’ 마크를 부착하고 원조 제품의 차별화된 맛을 강조하는 등 대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인공지능(AI) 등 최신 기술을 활용해 모방 제품을 실시간으로 찾아내고 대응할 수 있는 모니터링 시스템 구축이 시급하다”고 조언했다.

정부도 ‘K-푸드 위조상품 유통 대응 전략’ 가이드를 발간하는 등 지원에 나섰지만, 늘어나는 모방 제품에 대한 근본적인 해결책 마련이 시급한 실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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