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패션 기업이 카페를 운영하고, 뷰티 브랜드가 병원용 의료기기를 만들며, 렌탈 회사가 로봇 시장에 뛰어든다. 업종의 경계가 무너지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한섬, 에이피알, 쿠쿠홈시스, 코웨이 등 주요 기업들이 올해 정기 주주총회를 계기로 기존 사업 영역을 대폭 확장하는 움직임을 본격화하고 있다.
패션 매장이 ‘브런치 명소’로…한섬의 공간 전략
한섬은 지난 24일 주주총회에서 유통 전문 판매업을 새로운 사업 목적에 추가했다. 청담동 타임 플래그십 매장과 대치동 ‘더한섬하우스 서울점’ 내 식음료 매장 ‘카페 타임’에서 브랜드 연계 식음료 상품을 유통·판매하기 위한 조치다.
지난 2월 문을 연 더한섬하우스 서울점은 개장 후 첫 30일 동안 목표 대비 120%의 매출을 달성했다. 한섬 측은 그 핵심 동력으로 브런치·디저트 중심의 ‘카페 타임’을 꼽았다.
공략 대상은 명확했다. 학원가가 밀집한 대치동 특성상 자녀를 등원시킨 후 머물 수 있는 브런치 카페가 부족하다는 점을 파악한 것이다. 실제로 해당 매장 매출의 75%는 40~50대 여성에서 발생했으며, 자녀 동반 방문 고객도 전체의 30% 이상을 차지했다.
홈뷰티 넘어 병원 시장으로…에이피알의 의료기기 도전
뷰티 테크 기업 에이피알은 오는 31일 주주총회에서 의료기기 소모품 개발·제조·판매업, 의료용구 개발·제조·판매업, 의료기기 수리업 등 3개 항목을 사업 목적에 추가할 예정이다. 현재 의료기기 생산 공장 구축과 인증 절차를 동시에 진행 중이다.
에이피알은 올해 하반기 중 ‘에너지 기반 장비(EBD)’ 의료기기 1종을 출시한다는 계획이다. EBD는 열·빛·전기·초음파 등 에너지를 활용해 피부 조직에 작용하는 병원 전용 전문 미용 의료기기로, 기존 홈뷰티 디바이스와는 타깃 시장 자체가 다르다.
업계에서는 에이피알이 홈 뷰티 디바이스 브랜드 ‘메디큐브 AGE-R’로 쌓은 글로벌 인허가·개발 노하우를 발판으로 병원·에스테틱 숍 등 전문 시장으로 영역을 넓히는 전략으로 분석한다. 의료기기는 화장품 대비 평균판매단가(ASP)가 높아 수익 구조 개선에도 기여할 수 있다는 평가다. 에이피알의 2026년 매출 가이던스는 2조 1,000억 원으로, 전년 대비 약 40% 성장을 목표로 한다.
렌탈에서 로봇으로…쿠쿠홈시스·코웨이의 선제적 포석
렌탈 업계에서는 쿠쿠홈시스와 코웨이가 각각 로봇 분야를 정관에 반영하며 미래 시장 선점에 나선다. 쿠쿠홈시스는 식음료 산업 관련 로봇 솔루션 제공업, 자동조리로봇 판매·유통·설치 및 유지보수 서비스업 등을 추가할 예정이다.
쿠쿠홈시스는 지난해 6월 ‘2025 서울국제식품산업대전’에서 서빙로봇, 자동 튀김 로봇, 전기 그릴·회전식 꼬치 로봇 등을 공개한 바 있다. 회사 측은 “향후 시장 환경과 사업성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신규 사업 진출을 판단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코웨이도 로봇 제조·판매·임대·서비스업과 반려동물용 기기 제조·판매·임대·서비스업을 사업 목적에 추가한다. 코웨이 측은 로봇 분야의 성장성을 고려한 선제적 대응 차원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