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동 전쟁 장기화와 불확실한 대외 환경 속에서도 한국 경제가 올해 1분기 ‘깜짝 성장’을 기록했다. 시장과 정책 당국의 예상을 크게 뛰어넘은 수치가 나오면서 성장 동력의 실체에 관심이 집중된다.
한국은행은 2026년 1분기 실질 GDP 성장률(직전 분기 대비, 속보치)이 1.7%로 집계됐다고 4월 23일 발표했다. 한은이 지난 2월 제시한 전망치(0.9%)의 약 두 배에 달하는 수준으로, 2020년 3분기(2.2%) 이후 5년 6개월 만에 가장 높은 분기 성장률이다.
지난해 4분기 -0.2%로 주저앉았던 성장률이 단숨에 반등하면서, 저(低)기저 효과와 수출 호조가 맞물린 결과라는 분석이 나온다.
수출·투자 동시 급등…순수출 기여도만 1.1%p
이번 성장을 이끈 핵심 동력은 수출이었다. 1분기 수출은 반도체 등 IT 품목을 중심으로 전 분기 대비 5.1% 급증했다. 2020년 3분기(14.6%) 이후 가장 높은 증가율이다.
수입도 기계·자동차 등을 중심으로 3.0% 늘었지만, 수출 증가 폭이 더 커 순수출(수출-수입)의 성장 기여도는 1.1%포인트(p)에 달했다. 내수도 함께 살아났다. 건설투자 2.8%, 설비투자 4.8% 증가로 투자 부문이 성장률을 각각 0.3%p, 0.4%p 끌어올렸으며, 소비를 포함한 전체 내수의 기여도는 0.6%p로 집계됐다.
업종별로는 제조업이 컴퓨터·전자·광학기기를 중심으로 3.9% 증가했으며, 이는 2020년 4분기(4.0%) 이후 가장 큰 폭의 성장이었다. 건설업과 농림어업도 각각 3.9%, 4.1% 늘며 고른 회복세를 보였다.
GDI 7.5% 급증…1988년 이후 최고치
성장률 못지않게 주목받는 수치는 실질 국내총소득(GDI)이다. 1분기 실질 GDI는 전 분기 대비 7.5% 급증해 성장률을 큰 폭으로 웃돌았다. 1988년 1분기(8.0%) 이후 최고치다.
GDI는 GDP에 교역 조건 변화에 따른 실질 구매력을 반영한 지표로, 이 수치의 급등은 수출 가격 상승 등이 실제 국민의 소득 여건 개선으로도 이어졌음을 시사한다.
중동 악재 제한적…기관별 전망은 엇갈려
지난 2월 말 미국·이스라엘의 이란 공습으로 시작된 중동 전쟁은 잠재적 하방 압력으로 꼽혔다. 그러나 1분기 실제 영향은 제한적이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다만 기관별 연간 성장률 전망은 엇갈린다. 아시아개발은행(ADB)은 반도체 호조 등을 근거로 한국의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대비 0.2%p 상향해 1.9%로 제시했다. 반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중동 사태 장기화 우려를 반영해 전망치를 2.1%에서 1.7%로 내렸다. 아세안+3 거시경제조사기구(AMRO)는 1.9%를 유지하며 중간 입장을 취했다.
경제 전문가들은 중동 분쟁의 향방과 글로벌 교역 환경 변화가 이후 분기의 성장 경로를 가르는 핵심 변수가 될 것이라고 내다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