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석유 위기경보가 사상 처음으로 발령된 지 불과 13일 만에 한 단계 더 높아졌다. 정부는 18일 오후 3시부로 원유에 대한 자원안보 위기경보를 ‘관심’에서 ‘주의’로 격상했다. 단순한 우려 수준을 넘어 실제 공급 차질이 현실화됐다는 판단에서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이날 중동 정세를 면밀히 검토한 결과, ‘국가자원안보 확보를 위한 고시’가 규정하는 ‘주의’ 단계 발령 기준이 충족됐다고 밝혔다. 자원안보 위기경보는 ‘관심-주의-경계-심각’ 등 4단계로 운용되며, 국가자원안보특별법 제23조에 근거한다.
13일 만에 두 단계 위협…’우려’에서 ‘현실’로
정부가 지난 3월 5일 원유·가스에 대한 ‘관심’ 단계 경보를 처음 발령했을 당시만 해도 국내 에너지 수급에 직접적인 차질은 없었다. 비축 물량은 법정 의무량 이상을 유지했고, 도입선 다변화를 통한 단기 수급 여력도 충분하다는 게 정부의 공식 평가였다.
그러나 미국·이란 전쟁이 장기화하면서 상황이 급변했다. 중동 주요 산유국의 생산·수송시설 파괴로 부분적인 생산 차질과 수출 제한이 나타나기 시작했고,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 석유 수송경로의 불안정이 확산했다. 전쟁 발발 이후 브렌트유 가격은 40% 내외 급등해 국제 석유시장의 변동성이 크게 확대됐다.
가스는 ‘관심’ 유지…재고·대체 물량이 방어선
반면 가스는 기존 ‘관심’ 단계를 유지했다. 카타르의 불가항력(Force Majeure) 선언으로 국제 가스 가격이 급등하고 있지만, 현재 국내 저장 재고가 법정 의무 수준을 웃돌고 연말까지 활용 가능한 대체 물량을 이미 확보한 상태이기 때문이다.
에너지 업계에서는 가스의 경우 말레이시아 등 아시아 지역 현물 구매와 포트폴리오 기업 활용 전략이 일정 부분 작동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한다. 다만 호르무즈 해협 봉쇄가 장기화할 경우 카타르산 액화천연가스(LNG) 도입 중단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 긴장감은 이어지고 있다.
비축유 2246만 배럴 방출·차량 부제 검토
위기경보 격상에 따라 정부는 공급 확대와 수요 관리를 동시에 강화한다. 국제에너지기구(IEA)와 공조해 방출하기로 한 2,246만 배럴 규모의 비축유 방출 계획을 이번 주 내에 발표할 예정이다. 아울러 국제공동비축 우선구매권 행사, 호르무즈 해협을 통하지 않는 대체 물량 확보, 해외 생산분 도입 등도 적극 추진한다.
수요 측면에서는 공공 분야에 의무적 에너지 절약대책을 시행하고, 민간에는 자발적 절약 캠페인을 독려하되 필요시 의무 감축 조치를 도입할 방침이다. 이재명 대통령이 차량 5부제 또는 10부제 시행 검토를 주문한 만큼, 수요 억제 수단이 단계적으로 확대될 가능성도 열려 있다.
정부는 지난 13일부터 시행 중인 ‘석유 최고가격제’ 안착에도 총력을 기울인다. 범부처 합동점검단과 석유관리원 오일콜센터(☎ 1588-5166)를 통해 가짜 석유 판매, 매점매석, 탈세 등 시장 교란 행위를 엄정 단속할 계획이다.
김정관 산업부 장관은 “정부는 상황 변화에 기민하게 대처하며 원유 수급과 민생 안정이라는 목표를 함께 달성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