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의 2월 수출이 인공지능(AI) 수요 폭발로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반도체 한 품목이 전체 수출의 3분의 1 이상을 책임지며 ‘반도체 공화국’의 위상을 재확인시켰지만, 자동차 산업의 급격한 부진은 수출 구조 편중에 대한 경고음을 울리고 있다.
23일 관세청에 따르면 이달 1일부터 20일까지 수출액은 435억 달러로 전년 동기(352억 달러) 대비 23.5% 증가했다. 이는 종전 최대치였던 지난해 12월 중순(430억 달러)을 넘어선 수치다. 조업일수가 2.5일 줄었음에도 일평균 수출액은 33억5천만 달러로 47.3%나 급증했다.
반도체 151억弗, 전체의 35%…1년새 비중 16%p 급등
수출 호황의 주역은 단연 반도체였다. 2월 중순 반도체 수출액은 151억1천500만 달러로 전년 동기(64억5천만 달러)보다 134.1% 폭증했다. 전체 수출에서 반도체가 차지하는 비중은 34.7%로, 1년 전(18.3%)보다 16.4%포인트나 확대됐다.
AI 데이터센터 구축 경쟁이 격화되면서 고대역폭메모리(HBM) 등 고성능 반도체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한 영향이다. 반도체 관련 품목인 컴퓨터 주변기기도 129.2% 급증하며 AI 인프라 투자 열풍을 입증했다. 석유제품(10.5%), 선박(22.7%), 무선통신기기(22.8%)도 두 자릿수 성장세를 보였다.
자동차는 ‘역주행’…승용차 27%·부품 21% 급감
반도체의 활약과 대조적으로 자동차 산업은 급격한 부진을 겪고 있다. 승용차 수출은 26.6%, 자동차 부품은 20.7% 감소했다. 전기차 전환기 수요 위축과 중국산 저가 전기차의 공세가 겹친 결과다.
국가별로는 중국(30.8%), 미국(21.9%), 베트남(17.6%) 등 주요 시장에서 고르게 성장했다. 특히 대만 수출은 76.4% 급증하며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에서 한국의 역할이 확대되고 있음을 보여줬다. 같은 기간 수입은 11.7% 증가한 386억 달러를 기록했고, 무역수지는 49억 달러 흑자를 나타냈다.
“반도체 편중 심화…시장 조정 시 충격 우려”
업계에서는 반도체 편중 심화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비중이 16.4%포인트 급상승한 것은 수출 포트폴리오의 다각화 부재를 의미하며, 향후 반도체 시장 조정 시 수출 전체에 미칠 부정적 영향이 클 수 있다는 분석이다.
무역 전문가들은 자동차 산업의 경쟁력 회복과 수출 포트폴리오 다각화가 시급하다고 분석한다. 다만 KDI 경제교육센터는 2026년 메모리반도체 시장이 전년 대비 30% 이상 성장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어, 단기적으로는 반도체 주도 수출 호조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연초 이후(1월 1일~2월 20일) 누계 수출은 1,093억 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29.5% 증가하며 2026년 연간 수출 목표 달성에 청신호가 켜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