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경유 31% 폭등할 때 한국은 8%…’가격 방패’의 두 얼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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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경유 가격 상승률
연합뉴스

중동 전쟁 발발 이후 한 달, 유럽의 자동차용 경유 가격이 31.75% 치솟는 동안 한국은 8.05% 오르는 데 그쳤다. 같은 국제유가 충격에도 국가별 체감 온도가 극명히 갈리는 배경에는 정부의 고강도 가격 개입이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 ‘방패’가 언제까지 버텨줄 수 있을지에 대해 의문을 제기한다.

4월 8일 유가정보시스템 오피넷과 정유업계에 따르면, 3월 넷째 주 OECD 유럽 20개국의 자동차용 경유 평균 가격은 L당 3,538.7원을 기록했다. 이는 한국 평균 1,815.8원의 약 2배에 달하는 수준이다.

같은 기간 국내 휘발유 가격도 상승 압력을 받고 있다. 4월 5일 기준 전국 주유소 평균 휘발윳값은 L당 1,946.42원, 경유는 1,937.19원을 나타냈다.

네덜란드 4,278원 vs. 한국 1,815원…2배 안팎 가격 격차의 현실

유럽 국가별 격차도 뚜렷하다. 3월 넷째 주 경유 가격은 네덜란드가 L당 4,278.1원으로 최고였고, 덴마크(4,118.3원)와 핀란드(4,009.4원)가 뒤를 이었다. 유럽에서 가장 저렴한 슬로바키아(2,718.9원)조차 한국보다 900원 이상 비쌌다.

고급 휘발유도 같은 흐름이다. 유럽 19개국 평균은 3,225.67원으로 한국 평균 2,112원의 1.5배를 넘었다. 상승률 기준으로도 유럽(17.09%)이 한국(7.06%)의 2.5배에 가까웠다.

2차 최고가격제 시행 6일, 전국 휘발유 평균가 1900원 돌파 / 뉴스1

반면 일본은 정유사에 휘발유 L당 30.2엔의 보조금을 지급한 결과, 3월 넷째 주 경유 1,558.7원·고급휘발유 1,769.1원으로 한국보다 낮은 수준을 유지했다.

30년 만의 최고가격제…효과는 있었지만 ‘역풍’도 왔다

한국의 상대적 가격 안정은 3월 13일 시행된 석유 최고가격제 덕분으로 분석된다. 1997년 유가 자유화 이후 약 30년 만에 처음 발동된 이 제도는 시행 1주일 만에 효과를 냈다. 3월 셋째 주 전국 주유소 휘발유 평균 가격이 전주 대비 72.3원 내린 1,829.3원을 기록한 것이다.

그러나 2차 최고가격제 시행 이후 전국 유가가 일제히 급반등하면서 부작용도 드러났다. 4월 8일 서울 휘발유 평균 가격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초기인 2022년 7월 이후 3년 8개월 만에 2,000원을 돌파했다. 4월 2일(현지시간)에는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이란 강공 발언으로 브렌트유 선물이 배럴당 109.03달러(+7.8%), WTI는 111.54달러(+11.4%)까지 치솟으며 국제유가 상방 압력도 가중되는 양상이다.

‘최고가격제만으로는 한계’…산업연구원, 정책 다변화 촉구

경윳값 유럽 32% 오를 때 韓 8%…최고가격제로 ‘버티기’ 중 / 연합뉴스

산업연구원은 최근 보고서에서 석유 최고가격제의 필요성을 인정하면서도 제한적 활용을 권고했다. 제도가 장기화하면 재정 부담이 커지고 시장 물량이 축소되는 등 시장 왜곡을 초래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연구원은 유류세 인하, 취약계층 직접 지원, 도입선 다변화 등 다양한 정책 수단을 병행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실제로 체코는 4월 8일부터 주유소 마진 제한에 나섰고, 폴란드도 석유류 세율 인하를 추진 중이어서 유럽에서도 가격 억제책 확산 흐름이 감지된다.

업계 관계자는 “한국은 최고가격제 시행과 정유사의 내수 공급으로 다른 나라들보다 가격 상승 폭이 현저히 낮은 상황”이라며 “사태 장기화에 대비해 내수 소비를 아끼고 공급선을 추가 확보하는 등 중장기적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호르무즈 해협 봉쇄가 해소되더라도 원유 수급과 정제 설비 정상화에 최소 3개월이 소요된다는 분석도 있어, 에너지 시장의 불확실성은 단기간에 해소되기 어렵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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