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망의 늪에서 부활한 자동차 기업
곽재선 회장 ‘미다스 손’이 빚은 기적
소규모 시장서 큰 성과 내는 KGM 전략

존폐 위기에 몰렸던 자동차 기업이 10년 만에 극적인 반전을 이뤄냈다. KG모빌리티(KGM)는 지난해 해외에서 총 6만 2,378대를 판매하며 쌍용차 시절이었던 2014년 이후 최대 수출 실적을 기록했다.
한때 법정관리와 파산 위기에 직면했던 기업이 ‘인수합병의 귀재’로 불리는 곽재선 회장의 리더십 아래 글로벌 시장에서 새로운 도약을 시작한 것이다.
절망에서 희망으로, KGM의 글로벌 도약
“한 시장에서 1만 대를 팔기보다 여러 시장에서 1천 대씩 팔아 1만 대를 만드는 것이 우리 목표입니다.”

지난 11일 국내에서 열린 해외딜러 초청 국내 시승 행사에서 곽재선 KG그룹 회장은 KGM의 독특한 글로벌 전략을 이같이 설명했다.
KGM은 2022년 KG그룹에 인수된 이후 매년 평균 17%의 수출 증가율을 보였고, 이는 2년 연속 흑자 달성의 핵심 동력이 됐다.
특히 토레스 등 신차를 꾸준히 출시하며 전략적 틈새시장을 공략한 점이 주효했다.
칠레, 파라과이, 사우디아라비아, 폴란드, 튀르키예 등 한국 자동차업체들의 진출이 적었던 지역에 집중한 것이다.

올해 KGM은 더욱 공격적인 해외시장 확대를 계획하고 있다. 지난해 대비 46.7% 증가한 9만 대 이상을 해외에서 판매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미다스의 손’이 일으킨 기업 부활 신화
곽재선 회장이 직접 해외딜러 초청행사에 참석한 것은 그의 경영 철학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장면이었다. 그는 행사 처음부터 자리를 지키며 딜러들을 직접 배웅하는 모습을 보였다.
“KGM은 현대차, 기아와 같은 직영제도가 없어 딜러제도를 잘 활용해야 합니다. 그런데 해외딜러 입장에서는 KGM은 ‘원오브뎀'(여럿 중 하나)일 뿐이라 제가 재작년부터 직접 딜러들을 만나 우리 차를 전시장에 놔달라고 설득하고 있습니다.” 곽 회장은 이런 소통 전략이 성과로 이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곽재선 회장은 ‘기업 회생 전문가’로 불리며 위기에 처한 기업들을 성공적으로 회생시킨 입지전적 경영인이다.
상고를 졸업하고 단돈 7만 6천 원을 들고 상경한 그는 첫 사업에서 실패를 맛보았지만, 이후 경기화학(현 KG케미컬), 동부제철(현 KG스틸), 쌍용차(현 KGM) 등 법정관리 중이던 기업들을 인수해 모두 흑자 기업으로 탈바꿈시켰다.
특히 2022년 인수한 쌍용자동차는 1년 만에 역대 최대 매출(3조 7800억 원)과 16년 만의 영업 흑자를 달성하며 ‘곽재선 매직’의 대표적 사례가 됐다.
KG그룹은 경기화학, 세일기공, 동부제철, 쌍용차를 각각 KG케미칼, KG상사, KG스틸, KGM으로 성공적으로 변모시켰다.

“사업을 시작한 지 40년이 됐지만 자동차 사업이 제일 힘듭니다. 하루에도 열 번씩 왜 인수했나 싶습니다.”
곽 회장은 자동차 산업의 어려움을 인정하면서도 “제가 KGM의 7번째 회장인데 8번째 회장은 없어야 한다고 봅니다. 만약 우리가 회사를 살려내지 못한다면 여기서 끝내야 한다는 생각으로 직원들과 열심히 뛰고 있습니다”라고 강한 의지를 표명했다.
틈새시장 전략과 미래 성장 동력
KGM은 대형 자동차 기업들과 차별화된 전략으로 생존과 성장을 모색하고 있다.

곽 회장은 “미국 시장 진출은 현실적으로 굉장히 어려워 당장은 생각하지 않고 있다”고 밝히며, “재작년 서울모빌리티쇼에서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을 만나 ‘현대차·기아는 큰물에서 많은 물고기를 잡고, 우리는 작은 물에서 다양한 물고기를 잡겠다’고 한 적이 있습니다”라고 전했다.
실제로 KGM은 피지, 폴리네시아, 말리 등 한국 자동차 브랜드가 잘 알려지지 않은 소규모 시장을 중심으로 현지에 최적화된 맞춤형 차량을 판매하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곽 회장은 이런 전략이 한국 경제에도 더 유리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KGM은 또한 중국 BYD(비야디) 배터리를 탑재하고, 체리차와 전기차 개발 협력을 가속하는 등 다양한 해외브랜드와 협력을 확대하고 있다.
“앞으로 자동차 시장은 혼자서는 생존하기 어려울 것입니다. 현대차도 제너럴모터스(GM)와 협력하고 있고, 폭스바겐 플랫폼은 공유되고 있습니다. 큰 회사들이 공유하고, 나누는 것이 좋은 것이라는 의미이고, 우리도 계속해서 이러한 협력을 해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국내 첫 전기 픽업트럭인 무쏘EV도 KGM의 새로운 도전이다. 곽 회장은 “우리나라는 픽업이라고 하면 짐차, 용달차와 같은 업무용 차라는 생각하는데 그 생각을 바꿔보고 싶었습니다.
승용차와 픽업 역할을 동시에 할 수 있도록 승용차 고급 사양도 적용하고, 디자인도 중요시했습니다”라고 설명했다.
“할 수 있다”는 조직문화와 도전정신을 강조하는 곽재선 회장. 그의 좌우명은 “내일 지구가 멸망할지라도 오늘 한 그루의 사과나무를 심겠다”로, 미래를 위한 준비와 꾸준한 노력을 강조한다.
한때 존폐 위기에 몰렸던 KGM이 10년 만에 새로운 성장 궤도에 진입한 배경에는 이런 그의 경영 철학이 자리하고 있다.
굿