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들 숨통 트이나… 4월부터 ‘장바구니 물가’ 올리던 대기업 꼼수 전면 차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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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격 담합 과징금 하한율 강화
공정거래위원회/출처-연합뉴스

담합으로 적발되면 앞으로 관련 매출액의 최소 10% 이상을 과징금으로 물어내야 한다. 기존 0.5%에 불과했던 하한선이 무려 20배나 뛰는 셈이다. 공정거래위원회가 ‘법 위반을 사업 비용으로 여기는’ 기업 관행을 깨기 위해 전례 없는 강도의 제재 카드를 꺼내들었다.

공정위는 이런 내용을 담은 ‘과징금 부과 세부 기준 등에 관한 고시’ 개정안을 3월 10일부터 20일간 행정예고한다고 9일 밝혔다. 늦어도 4월 말까지는 시행될 예정이다. 위반 행위 시점을 기준으로 해당 시점의 고시가 적용되므로, 4월 말 이후 담합이나 부당지원 행위를 하는 기업은 강화된 기준으로 과징금을 물게 된다.

현행 제도가 제재 기능을 충분히 발휘하지 못해 기업들이 법을 관행적·반복적으로 위반하는 문제를 개선하기 위한 조치라고 공정위는 설명했다. 법 위반으로 얻은 부당이득을 초과하는 과징금을 부과해 실질적 억지력을 갖추겠다는 취지다.

담합은 이제 ‘최소 10%’ 시대… 기준율 하한 최대 20배 상향

출처-공정위, 연합뉴스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담합 행위에 대한 과징금 부과 기준율 하한의 대폭 상향이다. 과징금은 위반 행위 관련 매출액에 중대성 정도별 부과 기준율을 곱해 산정된다. 현재는 중대성이 약한 담합의 경우 0.5~3.0%의 기준율이 적용되지만, 개정안은 이를 10.0~15.0%로 끌어올렸다. 하한이 0.5%에서 10%로 뛰면서 20배 인상된 셈이다.

중대한 담합은 3.0~10.5%에서 15.0~18.0%로, 매우 중대한 담합은 하한이 10.5%에서 18.0%로 각각 강화된다. 예를 들어 100억 원 규모의 담합으로 적발될 경우, 기존에는 최소 5,000만 원의 과징금을 물었지만 앞으로는 10억 원 이상을 부담해야 한다는 의미다.

공정위 관계자는 “현행 하한이 지나치게 낮아 기업들이 과징금을 단순 사업 비용으로 인식하는 경향이 있었다”며 “담합으로 얻은 부당이득을 충분히 회수하지 못하는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사익편취는 ‘징벌적 과징금’… 최소 100% 환수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출처-뉴스1

대기업 총수 일가의 사익편취나 부당지원 행위에 대한 제재도 대폭 강화된다. 부당지원이나 특수관계인에 대한 부당한 이익 제공의 경우 부과 기준율 하한이 현행 20%에서 100%로 높아진다. 상한도 160%에서 300%로 뛴다.

이는 지원 금액이나 제공 금액 전부를 과징금으로 환수할 수 있도록 하고, 악질적 위반 행위에는 징벌적 수준의 과징금을 부과하겠다는 의미다. 예를 들어 총수 일가가 계열사로부터 100억 원 상당의 부당 지원을 받았다면, 최소 100억 원에서 최대 300억 원까지 과징금을 물 수 있게 된다.

이번 개정으로 총수 일가의 편법 승계나 부당 지원 관행이 크게 위축될 것으로 전망된다. 그동안 사익편취 과징금이 실제 이익의 일부에 그쳐 ‘비용 처리’하듯 위반하는 사례가 많았으나, 이제는 최소 지원금액 전액을 환수하고 악질적 행위는 최대 300%까지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어 징벌 수준의 제재가 가능해진다.

‘상습범’에겐 2배 과징금… 감경 혜택도 대폭 축소

출처-공정위, 연합뉴스

반복 위반에 대한 가중 처벌도 강화된다. 현재는 과거 5년간 1회 위반 전력이 있으면 10%, 위반 횟수에 따라 최대 80%까지 가중되지만, 개정 후에는 1회 위반만으로도 최대 50%, 반복 위반 시 최대 100%까지 과징금이 늘어난다. 특히 담합의 경우 과거 10년간 1회라도 과징금 납부 명령을 받은 전력이 있으면 무조건 100% 가중된다.

반면 감경 제도는 대폭 축소된다. 현재는 공정위 조사 및 심의 단계에서 협조하면 단계별 10%씩 총 20%까지 감경받을 수 있지만, 앞으로는 조사·심의 전 단계에 걸쳐 협조해야만 총 10%만 감경받을 수 있다. 자진 시정 감경률도 최대 30%에서 10%로 줄고, 가벼운 과실에 의한 감경 규정(10%)은 아예 삭제된다.

특히 협조 감경을 받은 후 소송에서 진술을 번복하는 ‘배신 행위’에 대해서는 기존 감경 혜택을 직권으로 취소할 수 있는 근거가 신설됐다. 이는 감경을 받기 위해 협조하는 척하다가 나중에 번복하는 사례를 막기 위한 조치다. 기업 입장에서는 감경 혜택이 대폭 줄어 과징금 부담이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기업들 “전략 재검토 불가피”… 소비자 보호는 강화 전망

이번 개정안이 시행되면 기업들의 법 위반에 대한 리스크 평가가 전면 재조정될 전망이다. 특히 유제품, 택배 요금 등 민생과 직결된 분야에서 담합이 적발될 경우 과징금 폭탄을 맞을 수 있어, 기업들의 법 준수 체계 강화 투자가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 개정으로 과징금을 ‘전략적 비용’으로 여기던 기업 관행이 근본적으로 바뀔 것으로 전망된다. 반복 위반 기업의 과징금 부담은 급증하겠지만, 소비자 입장에서는 불공정 거래와 담합이 줄어 가격 안정과 선택권 확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공정위는 행정예고 기간 제출된 의견을 검토한 후 전원회의 의결을 거쳐 개정안을 확정할 계획이다. 공정위 김근성 심판관리관은 “늦어도 4월 말까지는 시행할 예정”이라며 “위반 행위 시점을 기준으로 해당 시점의 고시가 적용된다”고 말했다. 고시 시행 이전에 이미 종료된 행위에는 적용되지 않는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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