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년 운영하며 전기 팔아 수익
원전·태양광·배터리까지 다 하는 기업
‘한전 기술’에 사우디가 손 내민 이유

“요즘 한전이 뭘 하고 있는지 몰랐는데, 이런 성과가 있었다니 놀랍네요.”
한국전력이 해외 원전 사업으로 4조 원 가까운 수익을 올릴 전망이다. 그동안 쌓아온 기술력과 운영 경험 덕분에 중동 지역에서 대형 전력 사업을 잇달아 따내고 있다.
전기만 만들어 파는 회사가 아니라, 기술과 자본을 함께 가져가 장기 운영까지 맡는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하고 있다.
중동 사막에서도 통했다…‘운영형 수익 모델’로 전환

한전은 2009년 아랍에미리트(UAE) 바라카 원전을 수출한 이후, 본격적으로 해외 시장에 뛰어들었다.
당시 사막의 모래폭풍, 고온 다습한 날씨, 우리나라와는 다른 전력 시스템까지 감안한 맞춤형 설계가 큰 주목을 받았다.
이제는 단순히 건설만 하는 것이 아니라, 25년 동안 직접 운영하며 전기를 팔고 물을 만들어 수익을 얻는 방식으로 사업 구조를 바꿨다.
대표적인 사례가 사우디의 루마·나이리야 복합화력발전소다. 하루 80만 톤의 바닷물을 식수로 바꾸고, 전기도 함께 생산해 판매하는 사업이다.
사우디가 왜 한전을 선택했나

사우디는 지금 ‘비전 2030’이라는 국가 계획을 세우고, 석유에만 의존하지 않는 나라로 바뀌려 하고 있다.
특히 전기를 많이 쓰는 산업 구조를 친환경 중심으로 바꾸고 있는데, 여기에 한국전력이 꼭 맞는 파트너가 된 것이다.
한전은 전기 생산뿐 아니라, 태양광·배터리·초고압 송전 기술까지 다양한 분야에 기술을 갖추고 있다. 특히 ‘네옴시티’라는 첨단 미래 도시 건설에 필요한 기술을 보유하고 있어 협력 가능성이 크다.
올해도 좋은 소식이 있을 거라고 한전은 기대하고 있다. 작년에는 사우디 태양광 발전 사업도 따냈고, 앞으로 배터리 관련 계약도 나올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

현지 관계자는 “한국 기업들은 기술력도 좋고 신뢰도 높아 앞으로도 함께할 일이 많을 것 같다”고 밝혔다.
한전은 예전처럼 공사만 하고 끝나는 방식에서 벗어나, 설계부터 운영, 유지보수까지 모두 책임지는 방식으로 변하고 있다. 중동에서 이렇게 다양한 방식으로 참여하는 회사는 드물기 때문에 더욱 주목받고 있다.
사우디 정부도 최근 원자력 발전소 도입을 검토 중이며, 한전이 그 후보 중 하나로 꼽히고 있다. 다만 중동 정세가 불안정한 만큼 원전 협력은 신중히 진행 중이다.
하지만 전체적으로 보면, 한전은 이제 단순한 ‘전기 회사’가 아니라, 기술력과 신뢰를 앞세워 세계 여러 나라가 먼저 찾는 ‘에너지 파트너’로 자리 잡고 있다.
과거에는 수주 하나만으로 끝났던 일이, 이제는 25년 이상 안정적인 수익을 낼 수 있는 미래형 사업으로 바뀌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