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엔터 매각설에 업계 ‘갸웃’

“매각한 지 얼마 안 됐는데, 또 다시 검토를 한다고요?”
카카오가 콘텐츠 자회사 카카오엔터테인먼트 매각을 검토 중이라는 보도가 나오자 이용자들은 우려와 피로를 동시에 토로했다.
카카오모빌리티, 카카오VX에 이어 또 한 번의 ‘핵심 자산 매각’ 논란이다. 이번엔 추정 가격까지 무려 ‘11조 원’이 거론되며 파장이 더 커지고 있다.
10일 정보기술(IT) 업계에 따르면, 카카오는 최근 주요 주주들에게 카카오엔터테인먼트의 경영권 매각을 포함한 다양한 방안을 검토 중이라는 내용의 서한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카카오 측은 공시를 통해 “아직 확정된 것은 없다”고 밝혔지만, 업계에서는 이미 매각 논의가 본격화됐다고 보고 있다.
일부 매체에서는 카카오엔터의 몸값을 ‘11조 원 안팎’으로 추정하고 있다. 그러나 실적을 따져보면 이 수치는 지나치게 낙관적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카카오엔터의 지난해 매출은 1조 8128억 원으로 전년 대비 소폭 감소했고, 영업이익은 806억 원에 그쳤다.
콘텐츠 산업도 ‘하락장’… 통매각보단 분할매각 가능성

시장 분위기도 매각 가능성에 회의적이다. 콘텐츠 산업이 전반적으로 고점을 지나 하향 안정기에 접어든 가운데, 10조 원이 넘는 M&A 사례는 과거에도 없었고 당분간도 어려울 전망이다.
더욱이 카카오엔터 내 다수 제작 자회사가 적자를 기록하고 있는 점도 부담이다. 영화사집, 글앤그림미디어, 로고스필름 등 7개 제작 자회사 중 절반 이상이 순손실을 냈고, 그중 일부는 10억 원 이상 적자를 기록했다.
이 때문에 업계는 카카오엔터를 통째로 넘기기보다는 자회사를 따로 떼어내 분할 매각하는 방식이 더 현실적이라는 분석을 내놓는다.
특히 글로벌 OTT 업체들과 협업 경험이 많은 제작사들은 개별 매각 시 더 높은 가치를 받을 가능성도 있다.
매각 논란에 노조도 반발… “사모펀드 행보, 이젠 그만”

카카오엔터 매각설이 알려지자, 카카오 노동조합 크루유니언은 즉각 반발했다.
노조는 입장문을 통해 “계열사 매각이 반복되면서 플랫폼 통제가 어렵고, 책임 있는 경영도 기대할 수 없는 구조가 됐다”고 비판했다.
특히 매수자로 거론되는 앵커에쿼티파트너스와 PIF 등이 사모펀드라는 점에서, “국민이 기대하는 쇄신 방향과는 전혀 다르다”는 반응도 이어졌다.
서승욱 노조 지회장은 “사모펀드 위주의 매각이 반복되면 결국 구성원과 플랫폼의 건강성은 더 악화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경영 정상화와 기업 가치 제고를 동시에 노려야 하는 상황에서, ‘성장동력’으로 삼았던 콘텐츠 사업을 손쉽게 매각할 수 있느냐는 의문이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