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스라엘이 이란 최대 가스전을 처음으로 직접 폭격하고, 이란이 세계 LNG 공급량의 20%를 담당하는 카타르의 핵심 에너지 시설에 보복 미사일을 퍼부으면서 국제유가가 배럴당 107달러를 돌파했다. 전 세계 원유 해상 공급량의 약 20%가 통과하는 호르무즈 해협이 사실상 봉쇄된 상태에서 에너지 공급망의 핵심 거점이 잇따라 타격받는 전례 없는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
국제유가 기준인 브렌트유 5월 인도분 선물은 3월 18일(현지시간) 배럴당 107.38달러에 마감해 전장 대비 3.8% 급등했다. 장중에는 배럴당 109.95달러까지 치솟기도 했다. 반면 미국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 4월 인도분 선물은 배럴당 96.32달러로 전장 대비 0.1% 오르는 데 그쳐, 브렌트유와의 가격 격차가 크게 벌어졌다.
이스라엘의 ‘금지선’ 넘은 공격…중동 에너지 허브 동시 피격
이스라엘은 이날 이란 최대 가스전인 사우스파르스와 이란 남서부 해안 아살루에의 천연가스 정제시설 단지를 폭격했다. 이스라엘이 과거 테헤란의 연료 탱크를 공격한 적은 있어도, 이란의 에너지 생산시설 자체를 타격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란혁명수비대는 즉각 사우디아라비아·아랍에미리트(UAE)·카타르의 에너지 시설에 대한 보복 공격을 예고한 뒤, 카타르 북부 해안 산업도시 라스라판의 국가 핵심 가스 시설에 미사일 공격을 실행했다. 카타르 국영 에너지 기업 카타르에너지는 공격으로 가스 시설에 “광범위한 피해가 발생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이란 혁명수비대는 호르무즈 해협 봉쇄를 시행 중이라고 공식 선언한 상태다. 업계에서는 이란이 과거와 달리 봉쇄를 실제로 실행에 옮긴 첫 사례로 평가한다. 이로 인해 카타르발 LNG와 중동산 원유의 공급 차질이 동시에 현실화되는 최악의 시나리오가 구체화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씨티은행 “며칠 내 120달러…2분기 130달러도 가능”
씨티은행은 브렌트유 가격이 며칠 내로 배럴당 120달러까지 상승할 것으로 전망했다. 에너지 시설에 대한 광범위한 공격이 지속되고 호르무즈 해협 봉쇄가 장기화될 경우, 브렌트유가 올해 2분기와 3분기 평균 130달러까지 오를 수 있다고도 내다봤다.
씨티은행은 4월까지 하루 1,100만~1,600만 배럴의 공급 차질이 발생할 수 있다고 추산했다. 한국은행이 연초 제시한 올해 국제유가 전망치는 배럴당 64달러였으나, 현재 브렌트유는 이미 그 1.7배 수준에 도달한 상태다.
금값은 오히려 급락…”고금리 환경이 안전자산 수요 압도”
유가 급등 속에 금값은 역설적으로 하락했다. 금 현물 가격은 이날 온스당 4,860.21달러로 전 거래일 대비 2.9% 내렸고, 4월 인도분 금 선물도 온스당 4,896.20달러로 2.2% 하락해 지난 2월 6일 이후 최저 수준까지 밀렸다.
시장에서는 이를 금리 경로의 변화로 해석한다. 미 연방준비제도(Fed)가 이날 기준금리를 동결한 가운데, 에너지 가격 급등이 인플레이션 압력을 높여 연준의 금리 인하 시점을 더욱 늦출 수 있다는 전망이 금값을 짓누른다는 분석이다. 금은 그 자체로 이자를 창출하지 못하기 때문에, 고금리 환경에서는 보유 매력이 상대적으로 낮아진다.
하이 리지 퓨처스의 데이비드 메거는 “전쟁 격화로 에너지 가격이 상승하면서 인플레이션 압력이 커지고 있다”며 “이는 연준이 금리를 내리지 못하게 하는 요인으로 작용해 금값에 부담을 주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안전자산 수요가 부족한 것은 아니지만, 다른 하방 요인이 이를 압도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