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이란 군사 충돌이 3주째 이어지는 가운데, 전쟁이 1년 이상 장기화될 경우 한국 경제 성장률이 0%대로 추락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환율은 달러당 1,500원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됐다.
NH금융연구소는 17일 내부 경영진과 공유한 ‘이란 전쟁 전개 시나리오별 경영 환경 변화·대응 포인트’ 보고서를 통해 이 같은 경고를 담은 시나리오별 분석을 제시했다.
조기 종전도 안심 못 한다…해상 운임 3주 추가 상승 우려
보고서는 미국과 이란이 일방적 승리를 선언하며 군사 충돌이 빠르게 진정되는 ‘조기 종전’ 시나리오에서도 경제 충격이 1개월 이상 지속될 것으로 분석했다. 2003년 이라크 전쟁, 2012년 호르무즈 해협 긴장, 2025년 이스라엘·이란 분쟁 등 과거 사례를 근거로, 종전 이후에도 해상 운임은 약 3주간 추가 상승하거나 높은 수준을 유지할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이 시나리오에서 연간 성장률은 0.1~0.2%포인트(p) 하락에 그치고 실물경제와 물가에 미치는 영향도 제한적으로 전망됐다. 연구소는 조기 수습 국면에서도 정부가 추가경정예산(추경), 유류세 인하, 유류 보조금 지급 등 지원책을 실행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전쟁 길어질수록 ‘스태그플레이션’ 심화…1년 시나리오가 최대 분기점
문제는 전쟁이 장기화될 때다. 보고서에 따르면 전쟁이 3개월간 지속될 경우 성장률은 0.3%p 낮아지고, 1년 이상 이어지면 연간 성장률이 0%대까지 내려앉을 것으로 추정됐다. ‘1년 전쟁’ 시나리오에서 물가 상승률은 2~4%p 높아지는 반면, 소비는 0.3~0.6%p, 투자는 0.6~0.7%p 각각 감소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환율 측면에서는 원·달러 환율이 1,500원을 웃돌 것으로 예상됐다. 김대호 글로벌이코노믹연구소장은 “원유 가격 상승과 환율 인상이 겹칠 경우 실제 소비 기름값이 두 배로 오를 가능성이 있다”며 국제수지 악화에 따른 원화 가치 하락을 경고했다. 기름값 상승이 생산 원가를 끌어올리고, 환율 급등이 외국인 자본 이탈을 부추기는 악순환 구조가 형성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금리 정책도 ‘인하’에서 ‘인상’으로 급선회 가능성
전쟁 장기화 시 한국은행의 통화정책 기조도 근본적으로 바뀔 수 있다. NH금융연구소는 초기에는 경기 충격 완화를 위해 기준금리 인하로 전환되겠지만, 물가 상승 부담이 누적되면 결국 인플레이션 억제를 위한 기준금리 인상으로 방향이 바뀌고 ‘고금리 시대’가 도래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기업 차원에서도 대규모 구조 조정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연구소는 글로벌 고유가와 물류 차질이 기업 수익성 악화, 소비 위축, 수출 감소, 통화 긴축으로 이어지는 연쇄 충격을 예고하며, 산업 전반에서 에너지 효율 투자 확대, 생산 공정 개선, 신재생에너지 활용 강화 등의 대응이 이루어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국이 제조업 비중이 높고 석유화학 산업이 발달한 구조적 특성상 ‘이중고’를 겪을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