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란 혁명수비대가 호르무즈 해협 봉쇄를 공식 선언하면서 국내 주유소 가격이 요동치고 있다. 3월 3일 기준 전국 휘발유 평균 가격은 이미 리터당 1,723원을 돌파했다. 문제는 지난해 6월 이란의 ‘봉쇄 검토’ 발언만으로도 단 2주 만에 휘발유가 35원 넘게 급등했다는 점이다. 이번엔 실제 봉쇄 선언인데다 환율까지 100원 이상 치솟아, 과거와는 비교할 수 없는 충격이 예고된다.
2026년 3월 2일 이란 혁명수비대 총사령관 고문 이브라힘 자바리는 국영 매체를 통해 “호르무즈 해협은 봉쇄됐다”며 “통과하려는 선박을 불태울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는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습에 대한 보복 조치로, 전 세계 해상 원유 물동량의 약 20%가 통과하는 이 해협이 막힐 경우 국제 유가는 급등할 수밖에 없다.
작년 ‘말’만으로 35원…이번엔 실제 선언
2025년 6월 중순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 봉쇄를 ‘검토’한다고 발표했을 때, 실제 봉쇄로 이어지지 않았음에도 파장은 컸다. 한국석유공사 오피넷 자료를 보면 당시 전국 휘발유 평균 가격은 리터당 1,627.7원에서 단 2주 만에 1,663.2원으로 35.5원이나 뛰었다. 경유 역시 같은 기간 약 29원 올랐다.
브렌트유 선물 가격은 당시 단 며칠 만에 4~5% 급등했다가 휴전 소식에 다시 하락하는 롤러코스터를 탔다. 국제 유가의 변동이 국내 주유소 가격으로 전이되는 속도가 그만큼 빠르다는 의미다. 이번에는 ‘검토’가 아닌 혁명수비대 고위 인사의 ‘선언’인 만큼, 사태가 장기화할 경우 유가 변동성은 한층 거세질 수밖에 없다.
환율 100원 더 오른 지금, 더블 펀치 우려
현재 상황이 작년보다 훨씬 심각한 이유는 환율에 있다. 2025년 6월 평균 달러당 환율은 1,360원대였지만, 2026년 3월 3일 종가 기준 환율은 1,466.1원까지 올라 있다. 환율이 100원 이상 높은 상태에서는 국제 유가가 작년과 동일한 폭으로 올라도 국내 수입 단가는 훨씬 가파르게 상승한다.
이란 혁명수비대의 봉쇄 선언 직후 브렌트유 선물 가격은 배럴당 80달러에 육박하며 전날 대비 3% 올랐다. 2월 말 미·이스라엘의 이란 공습 이후 누적 상승률은 이미 10% 안팎에 달한다. 글로벌 리서치 업체 우드맥킨지는 “유조선 운항이 신속히 재개되지 않을 경우 유가는 배럴당 100달러를 상회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JP모건은 해협 전면 봉쇄 시 국제 유가가 약 70% 치솟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물가 1.1%p 상승 vs 성장률 0.9%p 하락
유가 급등은 단순한 에너지 비용 증가를 넘어 국내 경제 전반을 위협한다. 현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연평균 국제 유가가 100달러에 진입할 경우 국내 소비자물가상승률은 1.1%포인트 상승하는 반면, 경제성장률은 0.9%포인트 하락할 것으로 전망된다.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원유 물량은 세계 석유 소비의 약 20%로, 과거 유가를 130달러까지 끌어올렸던 러시아(점유율 10%)보다 시장 영향력이 크다.
한국은 특히 취약하다. 모건스탠리는 러시아산 원유라는 대안을 가진 중국과 달리, 한국은 원유의 약 71%를 중동에 의존하고 있어 유가 급등에 훨씬 민감하다고 지적했다. 금융당국은 100조 원 규모 시장 안정 프로그램을 즉각 시행 가능하다고 밝혔고, 정부는 취약 기업에 20조 3천억 원 규모의 금융 지원을 발표했다.
업계에서는 고환율과 고유가가 동시에 한국 경제를 압박하는 ‘복합 위기’ 가능성에 대비한 선제적 리스크 관리가 시급하다고 강조한다. 이미 1,723원을 돌파한 휘발유 가격이 얼마나 더 오를지, 서민 가계의 부담은 어디까지 커질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