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직장인들의 세금 부담이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 2025년 근로소득세 수입이 68조 4천억원을 기록하며 역대 최대치를 경신했다. 전년(61조원) 대비 12.1% 증가한 규모다. 같은 기간 법인세와 부가가치세 등 다른 주요 세목이 경기 침체로 감소세를 보인 것과 대조적이다.
18일 재정경제부에 따르면 근로소득세는 2015년 27조 1천억원에서 2025년 68조 4천억원으로 10년간 152.4% 증가했다. 같은 기간 총국세 증가율(71.6%)의 2배를 넘는 수치다. 2023~2024년 대규모 세수 결손으로 전체 국세가 쪼그라들 때도 근로소득세만은 꾸준히 늘었다.
10년간 2.5배 증가한 근로소득세, 국세 비중도 12→18%
근로소득세가 전체 국세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15년 12.4%에서 2025년 18.3%로 5.9%포인트 확대됐다. 2019년 13.1%를 넘어선 뒤 2020년 14.3%, 2022년 14.5%로 증가하더니 2023년 17.2%, 2024년 18.1%에 이어 4년 연속 상승세다. 전체 국세 5원 중 1원 가까이가 직장인 월급에서 나오는 셈이다.
재경부는 취업자 수 증가와 임금 상승을 원인으로 꼽았다. 상용근로자는 2024년 1,635만명에서 2025년 1,664만명으로 1.7% 늘었고, 1인당 월평균 임금은 417만원(2024년 10월)에서 448만원(2025년 10월)으로 7.4% 상승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단순 임금 상승률만으로는 설명되지 않는 구조적 요인이 있다고 지적한다.
“월급 오르면 세금도 더 올라”…누진세율의 딜레마
국회예산정책처는 2025년 4월 보고서에서 “과세표준 구간 기준금액이 고정된 누진세율 체계에서는 명목소득 증가에 따라 상위 세율구간으로 이동하는 근로자가 늘어난다”고 분석했다. 물가가 오르고 명목임금이 상승하면, 실질소득 증가 없이도 더 높은 세율 구간에 진입하는 현상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예컨대 과세표준 4,600만원 이하는 15% 세율이 적용되지만, 4,600만원 초과~8,800만원 이하는 24% 세율이 적용된다. 연봉 5천만원대 중산층 직장인이 매년 3~4%씩 임금이 오르면 수년 내 24% 구간으로 진입하게 되고, 실제 세 부담은 임금 상승률보다 훨씬 빠르게 증가한다. 보고서는 “중상위 소득 근로자 중심으로 실효세율이 더 높은 상위 소득 구간으로 이동한 점이 세수 증가에 복합적으로 작용했다”고 밝혔다.
대기업 성과급 증가로 2026년 70조 돌파 전망
올해는 근로소득세가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SK하이닉스는 2026년 직원들에게 역대 최대 수준인 기본급 2,964%의 성과급을 지급하기로 했다. 연봉 1억원 기준으로 1억 4,820만원을 받는다.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도 연봉의 47%를 성과급으로 지급한다. 정부는 당초 2026년 근로소득세를 68조 5천억원으로 전망했으나, 2025년 실적이 이미 비슷한 수준이어서 올해 70조원대 진입 가능성이 제기된다.
전문가들은 과세 체계 손질 필요성을 제기한다. 국회예산정책처는 “향후 물가상승률·실질소득 증가율과 세 부담이 근로의욕에 미치는 영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과세 구조의 형평성과 부담 수준을 점검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명목임금 상승에 연동해 과세표준 구간을 조정하거나, 물가연동제 도입 등이 대안으로 거론된다. 시장에서는 직장인 세 부담 증가가 소비 위축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