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년 만의 최고치’ 수입물가 16% 폭등…밥상물가 ‘초읽기’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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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입물가 16% 폭등
연합뉴스

중동 전쟁 여파로 국제 유가가 한 달 만에 63% 폭등하면서 한국의 수입물가가 외환위기 이후 28년 만에 최고 상승률을 기록했다. 에너지와 석유화학 원료 가격이 수입 단계에서 생산 단계로 빠르게 번지고 있으며, 이제는 소비자 밥상물가로의 전이가 본격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한국은행이 24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3월 수입물가지수는 전월 대비 16.1% 올랐다. 이는 IMF 외환위기 당시인 1998년 1월(17.8%) 이후 28년 2개월 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이다. 같은 달 생산자물가도 전월 대비 1.6% 오르며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직후인 2022년 4월 이후 4년 만에 가장 큰 폭으로 뛰었다. 생산자물가는 이로써 7개월 연속 오름세를 이어갔다.

원유·경유·나프타 ‘도미노 폭등’…1985년 통계 이래 최고

3월 수입물가 상승률 상위 10개 품목을 에너지·석유화학 원료가 모두 차지했다. 경유가 전월 대비 120.5% 급등해 상승률 1위를 기록했고, 원유(88.5%)·부타디엔(70.6%)·제트유(67.1%)·나프타(46.1%) 순으로 뒤를 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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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원유 수입물가는 1985년 관련 통계 작성 이래 사상 최고 상승률을 기록했다. 이번 상승의 배경에는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 인해 전 세계 원유 공급의 약 20%가 차단된 구조적 요인이 자리한다. 한국의 대(對)중동 원유 수입 비중이 70%에 육박하는 만큼, 공급 충격은 국내로 직격탄처럼 날아들었다.

수입 단계의 가격 충격은 생산 단계로도 즉각 전이됐다. 생산자물가에서도 나프타(68.0%)·에틸렌(60.5%)·자일렌(33.5%)·경유(20.8%) 등이 줄줄이 급등했으며, 공산품 중 석탄 및 석유제품은 전월 대비 31.9% 뛰어 외환위기 당시인 1997년 12월 이후 최대 상승폭을 나타냈다.

플라스틱부터 기저귀까지…생활 원료 ‘전방위’ 상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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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에서는 이번 가격 충격을 단순한 에너지 문제로만 보지 않는다. 문제는 급등한 품목들이 산업 전반을 아우르는 핵심 원료라는 점이다. 나프타는 플라스틱·합성섬유, 에틸렌은 포장재·용기, 자일렌은 페트병·섬유, 아크릴산은 기저귀 등 위생용품, 스티렌모노머는 배달 포장재의 원료로 쓰인다.

운송 연료인 경유와 제트유까지 급등하면서 물류비와 항공료도 동반 상승하는 흐름이다. 이문희 한국은행 물가통계팀장은 “나프타 같은 품목은 다른 석유·화학 제품들의 생산 비용에 영향을 미쳐 시차를 두고 소비자물가에 영향을 줄 수 있다”며 “생산자물가의 7개월 연속 오름세와 3월 대폭 상승은 소비자물가의 상방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4월부터 밥상물가 본격 가속…’2.8%·환율 겹치기’ 이중 위험

3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2%를 기록했지만, 이달부터는 상황이 달라질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한국투자증권은 4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2.6~2.8%까지 높아질 것으로 내다봤다. 한국은행도 지난 10일 금융통화위원회 결정문에서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기존 전망치인 2.2%를 상당폭 상회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위재현 교보증권 연구원은 “국내 물가 중 중동 사태에 영향받는 품목 비중이 약 25%로 추정되는데, 직접 충격뿐 아니라 수입물가 경로를 통한 2차 충격도 발생할 수 있다”며 “에너지 수입 의존도가 높은 한국은 환율 효과까지 겹쳐 수입물가가 더욱 자극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하건형 신한투자증권 연구원 역시 “유류세 인하 조치 효과에도 불구하고 4월 소비자물가부터 점진적인 상방 압력 반영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다만 정부 조치가 물가 상단을 일정 수준에서 억제할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위 연구원은 “주유소 최고가격제와 유류세 인하 조치가 소비자물가 상단을 3.0% 이내로 제한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장태훈 에너지경제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이 상황이 장기화되고 고착화된다면 물가 상승보다 수량 부족 문제가 먼저 발생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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