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작년 한 해 동안 가계가 진 빚이 56조 원 넘게 늘어나며 2021년 이후 최대 증가폭을 기록했다. 정부가 고강도 대출 규제에 나섰지만, 시중에 풀린 돈은 은행에서 저축은행·상호금융 등 비은행권으로 흘러가며 ‘풍선효과’를 일으키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0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5년 4분기 가계신용(잠정)’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가계신용 잔액은 1978조 8000억 원으로 전년 대비 56조 1000억 원(2.9%) 증가했다. 가계신용은 가계가 은행 등 금융기관에서 빌린 대출과 신용카드 미결제액을 합친 금액이다. 연간 증가율 2.9%는 2021년(7.7%, 132조 원 증가) 이후 4년 만에 가장 높은 수치다.
다만 한은은 작년 명목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3% 후반대를 기록하며 가계신용 증가율을 앞질렀다는 점에서,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오히려 하락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혜영 한은 금융통계팀장은 “3분기까지 명목 GDP 성장률이 3% 후반을 기록한 점을 감안하면, 전년에 비해 가계부채 비율이 조금 낮아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규제 효과 본격화…2분기 정점 찍고 2개 분기 연속 감소
분기별로 보면, 정부의 강력한 대출 규제 효과가 뚜렷하게 나타났다. 가계신용은 작년 2분기에 25조 원 급증하며 2021년 3분기(25조 9000억 원) 이후 최대 증가폭을 기록했다. 하지만 이후 3분기 14조 8000억 원, 4분기 14조 원으로 2개 분기 연속 증가세가 둔화됐다.
특히 주택담보대출(주담대) 증가세가 크게 꺾였다. 4분기 주담대는 7조 3000억 원 늘어나는 데 그쳤는데, 이는 3분기(12조 4000억 원)보다 41% 감소한 수치다. 정부가 작년 10월 발표한 ‘주택시장 안정화 대책’으로 대출 문턱이 크게 높아진 영향이다.
반면 신용대출을 포함한 기타대출은 4분기에 3조 8000억 원 증가하며 3분기(-5000억 원)의 감소세를 뒤집었다. 한은 관계자는 “6·27 대책으로 신용대출 한도를 연소득 이내로 제한하면서 3분기에 감소했던 기저효과가 작용했다”고 설명했다.
은행 조이자 비은행권으로 ‘풍선효과’…증권사 신용공여도 확대
가계부채 관리의 사각지대로 지목받는 비은행권 대출이 빠르게 늘고 있다. 4분기 예금은행의 가계대출은 6조 원 증가하는 데 그쳤지만, 상호저축은행·상호금융 등 비은행예금취급기관의 가계대출은 4조 1000억 원 늘었다. 비은행권 증가폭은 3분기(1조 9000억 원)의 두 배를 넘어섰다.
연말 예금은행들이 자체적으로 대출 총량 관리에 나서면서, 은행에서 대출받지 못한 수요가 저축은행과 상호금융으로 몰린 것으로 분석된다. 금융권에서는 이를 ‘풍선효과’라고 부른다. 한쪽을 누르면 다른 쪽이 부풀어 오르는 풍선처럼, 은행권 대출을 규제하자 비은행권 대출이 급증하는 현상을 뜻한다.
여기에 증권사의 신용공여 확대 움직임도 포착됐다. 이 팀장은 “연초 금융기관 영업 재개와 증권사 신용공여액 확대 모습이 보이고 있다”며 불확실성을 언급했다. 신용카드 사용액도 작년 4분기 2조 8000억 원 늘어나며, 연말 소비 증가세를 반영했다.
올해는 “작년보다 더 엄격하게”…3월 말 관리방안 발표
정부는 올해 가계부채 관리를 작년보다 더 강화하겠다는 입장이다. 이억원 금융위원장은 지난달 “작년 은행권 가계대출 증가율이 약 1.8%인데 올해는 이보다 더 낮게 관리하겠다”고 밝혔다. 단순 총량 억제를 넘어 주담대에 별도 관리 목표를 부여하는 ‘구조 제어’ 방식으로 전환한다는 계획이다.
구체적으로는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적용 범위를 추가 확대하고, 은행권 주담대 위험 가중치 하한을 조기에 상향 조정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금융당국은 다음 달 말 구체적인 ‘가계부채 관리방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다만 한은은 올해 가계부채 흐름에 대해 신중한 전망을 내놨다. 이 팀장은 “정부의 관리 강화 기조가 지속돼 크게 늘어나지는 않을 것”이라면서도 “주택 매매 거래가 연말에 소폭 증가했고, 금융기관 영업 재개 등으로 불확실성이 높은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금융당국의 강력한 규제에도 불구하고, 가계부채 리스크가 완전히 해소되지 않았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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