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킹 공포에 사칭범죄 기승
소비자들 불안심리 악용
“정부기관 말투” 수법

“‘유심 해킹 피해 확인해 드립니다’란 문자를 받고 딸에게 보여줬는데, 다행히 제지해 줘서 화를 면했어요.”
최근 SK텔레콤 유심 해킹 사고 관련 문자를 받았다는 이 모(58) 씨의 말이다. 이 모 씨는 “하마터면 전화를 걸 뻔했다”며 안도했다.
한국소비자원은 해킹 사고를 악용한 사칭 피싱·스미싱 문자가 확산되고 있다고 13일 경고했다.
사기꾼들이 소비자들의 불안심리를 노린 새로운 수법으로 개인정보와 금융자산을 노리고 있는 것이다.

유심 해킹 악용한 피싱 문자 확산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최근 “OO님의 휴대폰 유심이 해킹되었습니다”라는 문자로 접근해 원격 점검을 핑계로 소비자원 ‘피해구제국’이라는 악성 앱 설치를 유도하는 수법이 등장했다.
이 앱은 원격 제어 프로그램으로, 겉보기에는 정상적이지만 설치하면 스마트폰이 해커에게 조종당해 개인정보 유출과 금융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
이러한 위험성을 인지한 소비자원은 선제적 대응에 나섰다. 소비자원 관계자는 “정부기관은 피해구제를 위한 별도의 앱 설치를 절대 요구하지 않는다”며 “이러한 문자를 받으면 즉시 삭제하고 클릭하지 말 것”을 강조했다.

또한 SK텔레콤 해킹 관련 상담 신청자들에게는 주의 문자를 일괄 발송하며 2차 피해 예방에 힘쓰고 있다.
미확인 사례와 실제 피해로 불안감 고조
해킹 사고 이후 온라인상에서는 각종 피해 사례가 쏟아지며 소비자 불안이 확산되고 있다.
지난달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8개 이동통신 서비스가 내 명의로 가입됐다”는 게시글이 등장해 누리꾼들 사이에 혼란이 일었다.
그러나 다른 이용자가 “내국인은 180일 이내 3개 회선까지만 개통 가능하다”며 반박하자 해당 사례의 신빙성은 사라졌다.

심지어는 해킹 사고와 별개로 발생한 피싱 피해까지 SK텔레콤 해킹과 연관 짓는 오해도 생겨났다.
부산에서는 한 남성이 부고 문자를 위장한 피싱 링크를 클릭한 후 계좌에서 5천만 원이 사라져 많은 이들이 SK텔레콤 서버 해킹 피해를 의심했다.
그러나 IT 당국은 “해당 사건은 SK텔레콤 서버 해킹과는 무관하다”고 명확히 밝혔다. 이처럼 사실 확인이 되지 않은 정보들이 확산되면서 소비자들의 혼란은 가중되고 있다.
SK텔레콤 이용자 김 모(31) 씨는 “피해를 입었다는 글이 무분별하게 떠돌아 불안하다”면서 “관련 법률이나 기술 지식이 없는 사람은 충분히 혼란을 겪을 만한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피싱 피해, 이렇게 예방하세요
이러한 혼란 속에서 전문가들은 소비자들의 냉정한 대응과 체계적인 예방법 준수를 권고하고 있다.
우선 정부기관이나 기업은 어떤 상황에서도 피해구제를 위한 앱 설치를 요구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소비자원 관계자는 “앱 설치를 유도하는 문자는 대부분 사기”라며 주의를 당부했다.
또한 문자에 포함된 링크는 클릭하지 않는 것이 원칙이다. 특히 “해킹 피해” 같은 긴급함을 강조하는 문구에 당황해 즉각 반응하기보다는 잠시 멈추고 공식 채널을 통해 확인하는 절차가 필요하다.

아울러 출처를 알 수 없는 전화번호나 국제전화는 가급적 응답하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다.
“원격 지원”, “긴급 점검”, “금융 안전 확인” 등의 키워드가 포함된 메시지를 받았다면 더욱 의심해 봐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해킹 사고라는 불안한 상황을 악용하는 사기꾼들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한 경계심을 늦추지 말아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