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아파트 호가 10억 뚝”… 70대 집주인들이 서둘러 매물 내놓는 ‘진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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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남 아파트 매물 증가
서울 강남구의 한 부동산 중개업소/출처-뉴스1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유예가 오는 5월 9일 종료될 예정인 가운데, 서울 강남권에서 고령층 1주택자들의 ‘다운사이징’ 매물이 급증하고 있다. 압구정동과 개포동 등 프리미엄 주거지에서는 한 달 새 매물이 20% 가까이 늘었지만, 대출 규제와 고가 부담으로 거래는 정체되면서 호가 인하 압박이 커지는 상황이다.

10일 부동산 빅데이터 플랫폼 아실에 따르면 서울 강남구 아파트 매물은 8405건으로 한 달 전(7286건) 대비 15.3% 증가했다. 특히 개포동은 같은 기간 1451건에서 1738건으로 19.7%, 압구정동은 1198건에서 1398건으로 16.6% 급증했다. 서울 전체로는 5만9003건으로 5.0% 늘어났으며, 강남3구 70대 이상 매도자는 지난해 11월 448명에서 올해 1월 663명으로 48.0%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자녀 곁으로”…은퇴 후 현금 확보 나선 고령층

서울 강남 아파트 매물 증가
서울 아파트/출처-연합뉴스

시장에서는 이러한 현상을 세 부담 확대 가능성에 대비한 고령층 1주택자의 선제적 움직임으로 분석하고 있다. 은퇴 이후 상대적으로 현금 여력이 부족한 고령층이 고가 주택을 계속 보유하는 것보다 주거면적을 줄여 노후자금을 확보하는 전략을 선택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압구정 A공인중개사무소 대표는 “다주택자들은 압구정을 최대한 남기려 하고 50~60대 소유자들도 팔 생각이 없지만, 고령분들은 집을 정리하고 자녀 사는 곳 인근이나 다른 지역 소형으로 이사해 남은 현금을 노후자금과 자녀 지원용으로 쓰려는 수요가 많다”며 “지난해 말부터 그런 매매가 많았고 최근 들어오는 매도 의뢰도 같은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전했다.

개포동에서는 재건축 추진 단지의 세 부담과 분담금 우려가 겹치며 고령층 조합원들의 매물 출회가 이어지고 있다. 개포동 B공인중개사무소 대표는 “개포주공6·7단지의 경우 1주택자이면서 10년 이상 보유, 5년 거주 요건을 충족하면 예외적으로 매도가 가능한데, 고령층 조합원들 중 평수를 줄여 다른 지역으로 가고 싶어하는 분들이 매물을 내놨다”고 말했다.

“받아줄 사람 없다”…대출 규제에 거래 빙결, 호가 대폭 인하

서울 강남 아파트 매물 증가
서울 잠실의 한 부동산 중개업소/출처-연합뉴스

문제는 매물은 늘어나지만 거래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10·15 부동산 대책으로 25억원 초과 아파트의 대출한도가 2억원으로 축소되면서, 30억~40억원대 강남 고가 매물을 매수할 수 있는 수요층이 급격히 제한됐다. 2월 첫째 주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 상승률은 0.27%로 올해 들어 처음으로 둔화세를 보였다.

B공인중개사무소 대표는 “1주택자 중 매도하려는 분들은 있지만 액수 자체가 30억~40억원대여서 ‘강남 집 한 채 마련하겠다’는 각오로 모든 자산을 끌어오는 분이 아닌 이상 매수하기 쉽지 않다”며 “규제들로 인해 거래는 정체 상태”라고 진단했다.

이에 따라 최근 매물들은 기존 호가 대비 수억원씩 낮춰 내놓는 모습이다. 압구정 현대3차는 84㎡ 기준 최저 호가가 60억원에서 58억원으로, 현대1차는 161㎡가 89억원에서 86억원으로 하락했다. 압구정 현대6·7차 196㎡는 120억원에서 110억원으로 10억원 인하됐으며, 잠실주공5단지 76㎡는 42억원에서 40억5000만원으로 낮아졌다. 일부 중개업소에서는 “기존 호가 대비 1억~1억5000만원 정도 낮춰 팔겠다는 분들도 있다”는 반응이다.

5월 세제 마감 앞두고 “저렴한 매물 더 늘 것”

서울 강남 아파트 매물 증가
이재명 대통령/출처-연합뉴스

부동산 전문가들은 5월 9일 양도세 중과 유예 종료와 보유세 인상 우려가 겹치면서 향후 몇 개월간 시세보다 저렴한 매물이 더욱 늘어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이 1월부터 다주택자 규제 및 세금 부담 강화를 연일 강조하면서, 지난해 6·27대책, 10·15대책에 이어 부동산 시장에 새로운 압박이 가해지고 있는 상황이다.

다만 업계에서는 현금 여력이 있는 수요자에게는 오히려 인기 주거지 입성 기회로 평가하고 있다. 마포래미안푸르지오 인근 C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매물이 늘어난 건 맞지만 이전에 물량이 너무 적었다”면서도 “세제 마감을 앞두고 가격 인하가 계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강남권 부동산 시장은 고령층 다운사이징과 세제 압박, 대출 규제가 복합적으로 작용하며 당분간 높은 변동성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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