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정학적 충격이 국내 채권시장을 강타했다. 중동 전쟁 리스크가 격화된 2026년 3월, 외국인의 국내 채권 보유잔고가 월 단위 기준 역대 최대폭으로 줄어드는 사태가 벌어졌다.
한국금융투자협회가 13일 발표한 ‘2026년 3월 장외채권시장 동향’에 따르면, 3월 말 외국인 채권 보유잔고는 340조4천억원으로 전월 말(350조6천억원) 대비 10조2천억원 감소했다. 이는 기존 최대 감소폭이었던 2023년 1월의 6조5천억원을 크게 상회하는 사상 최대 기록이다.
호르무즈 봉쇄 공포가 촉발한 금리 급등
3월 중반부터 전쟁 양상이 급격히 격화되며 시장 변동성이 확대됐다. 호르무즈 해협 봉쇄 장기화 우려가 국제유가 급등으로 이어졌고, 물가 상승 압력이 자극되면서 기준금리 인상 기대가 빠르게 강화됐다.
국고채 3년물 금리는 연초 2.935%에서 3월 27일 3.582%까지 치솟으며 0.647%포인트나 올랐다. 특히 기준금리에 민감한 2년물 금리는 차기 한국은행 총재 후보의 매파적 성향이 부각되며 전월 대비 0.66%포인트라는 큰 폭으로 상승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들은 국제유가 상승, 환율 상승, 정책금리 인상 기대라는 세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단순한 일시적 변동이 아닌 구조적 금리 상승 국면이 형성됐다고 분석한다.
CRS 금리 상승, 재정거래 채널 봉쇄
외국인 이탈의 핵심 경로는 재정거래(Carry Trade) 유인 소멸이었다. 전쟁 양상이 격화된 월 중반부터 달러 조달비용을 반영하는 통화스왑(CRS) 금리가 빠르게 상승하면서 외국인 입장에서 한국 채권에 투자할 수익성이 크게 줄어들었다.
이에 따라 외국인은 국채 9조6천억원, 통안증권 2천억원을 순매수했음에도 은행채를 중심으로 한 기타채권 2조4천억원을 순매도하며 총 순매수액은 7조4천억원에 그쳤다. 전월 대비 4조7천억원 감소한 규모다. 채권 대차거래 잔액도 3월 초 사상 처음으로 200조원을 돌파하는 등 기관투자자들의 채권 약세 베팅이 고착화하는 양상을 보였다.
WGBI 편입이 마지막 방어선…개인도 순매수 확대
다만 3월 말 국고채의 세계국채지수(WGBI) 편입 효과는 낙폭을 일부 상쇄했다. 3월 31일 하루에만 외국인 매수금액이 4조5천억원에 달했는데, 이는 최근 1년 월말 일평균 매수금액인 1조5천억원의 3배 수준이다. 시장에서는 이를 지수 편입에 따른 장기 자금의 구조적 편입 수요로 평가하며, 향후 금리 상승 압력을 제어할 긍정적 변수로 주목하고 있다.
개인투자자들도 시장 변동성 속에서 오히려 매수를 확대했다. 3월 개인 채권 순매수는 총 3조9천137억원으로 전월 대비 1조4천580억원 증가했으며, 국채(1조6천320억원), 회사채(8천398억원), 특수채(5천391억원) 등 전 종목에 걸쳐 고른 매수세가 나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