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시장 급속 냉각, 판매량 5% 감소
트럼프, 50억 달러 충전소 사업 중단 먼저 단행
미국 전기차 시장 불확실성 지속

미국 전기차 시장이 차갑게 식고 있다. 지난 몇 년간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던 전기차 시장이 돌연 하락세로 전환되면서 관련 업계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러한 시장 냉각은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전기차 지원 정책 변화와 맞물려 더욱 가속화되는 모습이다.
트럼프의 ‘전기차 역주행’ 시작
올해 초 트럼프 행정부는 취임 직후 연방고속도로에 전기차 충전소 건설을 지원하는 50억 달러(7조 2300억 원) 규모의 사업 중단을 단행했다.

지난 2월 미국 교통부 산하 연방고속도로관리국(FHWA)은 바이든 행정부가 승인했던 ‘국가 전기차 인프라 프로그램'(NEVI)이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는 사실을 주 정부에 통보했다고 전기차 전문매체 인사이드이브이스가 보도했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 전부터 예고해 온 정책으로, 그는 전기차 소비 세제 혜택을 “미친 전기차 의무화”라고 부르며 이를 종료시키겠다고 공언해 왔다.
여기에 더해 취임 직후에는 행정명령을 통해 연방정부에 “전기차 충전소 기금을 포함한 ‘그린 뉴딜’을 종료하라”고 지시했다고 워싱턴포스트는 전했다.
급제동 걸린 전기차 판매

이러한 정책 변화와 시장 환경 속에서 미국 내 4월 전기차 판매량은 전월 대비 약 5% 감소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리서치업체 모터 인텔리전스의 추정치를 인용해 7일 이같은 사실을 보도했다.
이는 내연기관차를 포함한 전체 자동차 판매는 오히려 10% 증가한 것과 대조적인 모습이다. 미국 시장에서 월간 전기차 판매가 감소한 것은 2021년 이후 세 번째에 불과해 업계의 우려가 깊어지고 있다.
감소세는 대부분의 브랜드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났다. 현대차와 기아, 포드 등이 모두 판매 부진을 겪었으며, 미국 내 전기차 시장의 절반가량을 차지하는 테슬라의 판매 감소폭은 13%에 달했다.
특히 전기차 스타트업 리비안의 경우 R1T 픽업과 R1S SUV 판매량이 절반으로 급감하는 타격을 입었다.

RJ 스캐린지 리비안 최고경영자(CEO)는 이러한 상황에 대해 “소비자들이 평소보다 가격에 더 민감해지고 더 저렴한 차를 찾고 있다”며 8만 8천 달러(약 1억 2339만 원)에 달하는 리비안 차량의 높은 평균 판매가가 문제라고 지적했다.
사라진 혜택과 충전 불안
자동차 업계 전문가들은 이번 판매 감소의 주요 원인으로 수요층의 관심 저하와 프로모션 및 할인 혜택 감소를 꼽고 있다.
네브래스카, 캔자스, 콜로라도 등지에서 자동차 매장 20개를 운영하는 박스터 오토 그룹의 미키 앤더슨은 “원래 수요는 아마 실제 판매량의 절반 정도였을 것”이라며 이전의 할인행사가 인위적으로 수요를 촉진했다고 분석했다.

이에 더해 자동차시장 분석업체 오토퍼시픽의 에드 김 사장은 “4월의 전기차 리스 거래 조건이 파격적이었던 수개월 전과는 같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는 과거에는 4만 2천 달러(약 5889만 원)짜리 현대 아이오닉 5를 2만 2천 달러(약 3084만 원)인 엘란트라 내연기관 차보다 저렴하게 리스할 수 있었던 상황이 더 이상 지속되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충전 인프라 부족 문제까지 겹치며 소비자들의 구매 의욕이 꺾이고 있다. 캘리포니아주 엘몬테에서 도요타 차량을 판매하는 더그 에로 사장은 “고객들이 전기차 가격에 매력을 느끼지만, 충전이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생각하면 스트레스를 덜 주는 차를 선택한다”고 말했다.
이러한 복합적 요인들로 인해 미국의 전기차 시장은 불확실성이 커지는 추세다.

워싱턴 DC에서 폭스바겐, 기아, 도요타 등의 브랜드를 판매하는 포한카 오토모티브 그룹의 제프리 포한카 회장은 “많은 시장 요인으로 인해 전기차 판매에 어떤 일이 일어날지 예측하기 어렵다”며 “크게 요동치고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미국 전기차 산업이 정책 변화와 시장 냉각의 이중고 속에서 앞으로 어떤 진로를 모색할지 업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