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조작, 더는 장난 아니다”
자본시장에 새판 짠다…
투자자 믿음 되살릴 수 있을까

A 씨는 지난달 SNS와 유튜브에서 ‘대형 호재가 곧 발표된다’는 소문을 듣고 한 중소형주에 투자했다.
며칠 새 주가는 수직 상승했고, 투자자들은 환호했다. 하지만 사흘 뒤 상황은 반전됐다. 주가는 반토막이 났고, 정보의 출처는 사라졌다.
이후 금융당국 조사에서 해당 종목은 조직적인 허위 정보 유포와 자전거래로 시세를 조작한 사례로 밝혀졌다.
A 씨처럼 피해를 본 개인 투자자들은 수천 명에 달했다. 정부가 ‘원스트라이크 아웃’을 들고나온 배경엔 바로 이런 현실이 있다.
지배구조 개편 통해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 시도
먼저 손본 건 지배구조였다. 기업들이 스스로 만든 룰 안에서 돌아가며 이사를 뽑고, 최대주주 뜻대로 감사를 선출하던 구조에 제동이 걸렸다.
이제는 사외이사 비율을 늘리고, 감사위원 선출 시 최대주주가 행사할 수 있는 표도 3%로 제한된다.
이사의 충실 의무에도 ‘주주’가 명시되면서, 투자자 권리 보호를 외면했던 구조에 균열이 생겼다. 투자자들이 한국 시장을 저평가하는 이른바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핵심 원인 중 하나가 손질된 것이다.
주가조작 근절을 위한 ‘합동대응단’은 단순한 감시 조직이 아니다. 거래소·금감원·금융위의 인력을 모아 수사에 준하는 권한을 갖춘 합동 조사기구로, 7월 30일 출범을 앞두고 있다.
기존에는 계좌 단위로 감시해 동일 인물이 여러 계좌를 쓰면 놓치는 경우가 많았지만, 이젠 ‘사람’ 단위로 감시가 바뀐다.
주민번호 기반의 가명 정보로 연결된 개인 식별이 가능해지면서, 자전거래나 통정매매 같은 수법은 빠르게 걸러진다.
“이젠 농락의 장이 아닌, 신뢰의 시장으로”
투자자들의 반응은 빠르게 나타났다. 코스피는 3년 반 만에 3000선을 돌파했고, 연일 상승세를 탔다.
하지만 제도 정비만으로는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비된 시장에 자금을 끌어들이려면 유인책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배당소득 분리과세나 장기보유 인센티브가 대표적이다. 민주당 이소영 의원은 이미 배당성향이 높은 기업에 한해 소득세 분리과세를 적용하는 개정안을 발의했다.
제도를 손보는 데 성공했다면, 이제는 사람들이 머물 수 있게 판을 만들어야 한다는 분석이다.
삼부토건, 웰바이오텍, 라덕연 일당, 방시혁 의장의 사모펀드 의혹까지 그간 반복돼 온 주가조작 사건은 대형 호재성 정보, 단체 정보 공유, 전환사채나 사모펀드 활용 등 점점 더 정교해져 왔다.
불공정거래가 한 차례만 적발돼도 시장에서 퇴출될 수 있는 구조가 마련됐다. 한국 증시는 이제 관행이나 눈치로 버틸 수 있는 곳이 아니라, 규칙에 따라 움직이는 시장으로 전환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