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 꺼짐 사고 막겠다더니
땅속 2m만 보고 끝났다

“지반 탐사 장비를 샀다는데, 겨우 2m만 본다고요?”
연이은 싱크홀 사고로 시민 불안이 커진 가운데, 정부가 긴급 편성한 22억 원 규모의 지반 탐사 예산이 ‘눈 가리고 아웅’이라는 지적이 쏟아지고 있다.
국토교통부는 26일 발표한 제1회 추가경정예산안에 지자체 지원용 13억 6천만 원, 국토안전관리원 차량형 지반탐사 장비 구입비 9억 1300만 원을 반영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탐사 장비의 한계가 드러나면서 실효성 논란이 커지고 있다.
“탐지 가능 깊이 2m”…대형 사고 못 막는다

추경 예산으로 구매 예정인 장비는 지표 투과 레이더(GPR)다. 이 장비는 땅속에 전자파를 쏴 지반 상태를 확인하는 방식인데, 최대 탐지 깊이는 2m 남짓에 그친다.
상하수도관 등 지하 3m 이내 구조물의 노후를 미리 감지하는 데는 일정 부분 효과가 있다.
그러나 대형 싱크홀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되는 10m 이상 깊이의 지하 굴착공사나 대규모 지하 구조물 문제를 찾아내는 데는 무용지물이라는 지적이다.

실제로 서울 강동구 명일동, 서대문구 연희동 등 최근 대형 싱크홀이 발생한 지역도 사고 전 탐사가 진행됐지만, 아무 이상 징후를 잡아내지 못했다.
특별 점검, 사고조사 진행 중…그러나 불안 여전
국토교통부는 지난 23일 지하안전관리체계 개선 태스크포스(TF) 8차 회의를 열고, 5월까지 전국 98개 대형 굴착공사장에 대한 특별점검을 실시하기로 했다.
또한 서울 강동구 명일동, 광명 일직동 등 대형 싱크홀 사고 원인 조사를 진행 중이며,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굴착공사장 안전관리 강화방안’을 6월 중 발표할 예정이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현장 점검만으로는 한계가 명확하다”는 우려가 나온다.
대형 싱크홀은 지하수위 변화, 노후 상하수도관 누수, 깊은 굴착 등 복합적 요인으로 발생하는데, 표면적인 점검만으로 근본 원인을 잡아내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2025년 1~3월 기준 전국에서 12건의 싱크홀 사고가 발생했으며, 이 중 5건이 서울에서 일어났다. 최근 3년간 서울에서는 63건의 싱크홀이 보고됐고, 그중 30% 이상이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 지역에 집중됐다.
하수관 손상 등 노후 인프라가 주요 원인으로 지목되지만, 대규모 지하공사와 지하수 관리 부실 역시 복합적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폭우, 노후화, 대심도 개발이 맞물리면서 싱크홀은 계절에 관계없이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예산정책처는 “인명과 재산 피해가 현실화한 뒤에야 대책이 추경으로 나오는 방식은 반복돼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