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사기 징후 감소세 뚜렷
하지만 임차권 등기 여전히 1만건 넘어
서민들 월세로 몰려 부담 증가

“이제 겨우 숨을 쉴 수 있을까 했는데 전세 매물은 보이지도 않네요.” 2년 전 사회문제로 비화됐던 전세사기와 역전세난의 후폭풍이 여전히 서민들을 괴롭히고 있다.
최근 통계에 따르면 전세사기 관련 지표들이 감소세로 돌아섰지만, 여전히 전세시장의 불안은 계속되고 있으며 임대차 시장의 지형이 크게 변화하고 있다.
임차권 등기 여전히 1만 3천건
13일 대법원 등기정보광장에 따르면 올해 1~5월 전국 임차권등기명령 신청 건수는 총 1만 3,163건으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41% 감소했다.

특히 전세사기 피해가 컸던 서울과 인천은 각각 2,571건, 1,585건으로 작년 동기 대비 절반 이하로 줄었다.
임차권등기는 임대차 계약 종료 후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한 세입자가 미반환된 보증금 채권을 등기부에 명시하는 제도로, 이 지표 감소는 보증금 미반환 사례가 줄었음을 의미한다.
HUG의 전세보증금반환 보증사고 건수도 올해 들어 감소세로 전환됐다.
지난 4월 보증사고 건수는 673건으로 올해 최저치를 기록했으며, 2023년 2월 이후 매달 1천 건을 넘었던 수치가 올해 1월부터 1천 건 아래로 떨어졌다.

그러나 법무법인 명도 강은현 경매연구소장은 “지금도 안양 등 일부 지역에선 신축 빌라 한 동이 전체 경매에 나오는 등 전세사기가 여전히 발생하고 있다”며 “통계상 지표는 정점을 지났지만 임차인 보호를 위한 정책 발굴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경매시장 흔드는 HUG, 전세시장 변화 주도
전세사기의 후폭풍은 경매시장의 판도까지 바꿔놓았다. HUG가 보증사고 주택에 대한 채권 회수에 나서면서 빌라 경매 시장의 새로운 강자로 떠올랐다.
지난해 5월부터 올해 5월까지 1년간 HUG가 셀프낙찰한 다세대·연립·오피스텔은 총 3,134건으로, 같은 기간 수도권 낙찰 물건의 22%를 차지했다.

이로 인해 서울 다세대·연립 낙찰가율은 70%대에서 80%대로 상승했다. 지지옥션 이주현 전문위원은 “HUG의 셀프낙찰로 일반 투자자가 참여할 물건이 줄고 낙찰가율이 상승하는 일종의 착시현상이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전세 퇴조, 월세 증가로 서민 부담 가중
하지만 이러한 변화 속에서도 서민들의 월세 선호 현상은 이어지고 있다. 12일 법원 등기정보광장에 따르면 올해 5월 서울 지역 월세 계약은 5만 359건으로, 1월 대비 26.5% 증가했다.
반면 전세 계약은 1월 2만 3,390건에서 5월 2만 8,005건으로 소폭 증가에 그쳤다.

경기도에서도 월세 계약은 올해 1월 3만 829건에서 5월 4만 7,235건으로 53.2% 급증했다.
이는 전세 사기에 대한 불안과 고금리로 인한 대출 부담, 전셋값 상승으로 인해 서민들이 전세 선택을 꺼리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문제는 월세 전환으로 서민의 주거비 부담이 오히려 커졌다는 점이다. 한국부동산원의 월세통합가격지수는 지난 4월 100.1을 기록하며 올해 초보다 상승했다.
서진형 광운대 부동산법무학과 교수는 “전세 사기 트라우마와 대출 규제, 다주택자 규제로 인한 전세 공급 감소가 월세 증가의 원인”이라고 분석했다.
아무일도 안했었거든 술만 마셨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