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두 달 연속 급락하며 ‘비관’ 영역으로 떨어졌던 소비자 심리가 석 달 만에 반등했다. 반도체 수출 호조와 코스피 급등이라는 쌍끌이 호재가 작동한 결과지만, 시장에서는 이 반등이 얼마나 지속 가능할지를 두고 신중한 시선을 보내고 있다.
한국은행이 22일 발표한 ‘소비자동향조사’에 따르면 2026년 5월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106.1로, 전월 대비 6.9포인트(p) 상승했다. 작년 6월(+6.9p) 이후 11개월 만에 가장 큰 상승폭이다.
CCSI는 중동 전쟁의 영향으로 두 달 연속 큰 폭 하락하며 지난달 1년 만에 처음으로 100을 하회했다가, 이달 들어 다시 100을 넘어섰다. 다만 전쟁 발발 이전인 3월(107.0) 수준은 아직 회복하지 못했다.
경기판단 지수 5년 7개월 만에 최대폭 상승
CCSI를 구성하는 6개 세부 지수가 일제히 올랐다. 가장 두드러진 것은 현재경기판단지수로, 전월 대비 15p 오른 83을 기록했다. 2020년 10월(+16p) 이후 5년 7개월 만의 최대폭 상승이다.
향후경기전망지수도 14p 오른 93을 나타냈고, 생활형편전망(97·+5p), 현재생활형편(93·+2p), 가계수입전망(100·+2p), 소비지출전망(110·+2p)도 모두 상승했다. 다만 경기 관련 두 지수의 점프 폭이 유독 컸던 반면, 가계·소비 관련 지수의 개선 폭은 상대적으로 완만했다.
이흥후 한국은행 경제심리조사팀장은 “반도체 업황 호조와 1분기 GDP 큰 폭 성장에 국내외 기관들이 올해 성장률을 상향 조정하면서 소비자들의 경기 개선 기대가 확대됐으며, 증시 호조도 개선에 기여했다”고 밝혔다. 코스피지수가 8000을 넘어서는 등 주가가 빠르게 우상향하면서 가계의 금융자산 평가액이 늘고, 이른바 ‘부(富)의 효과’가 소비심리를 끌어올린 것으로 시장은 분석한다.
종전 협상 보도에 금리·물가 기대도 8개월 만에 꺾여
향후 6개월 금리 수준을 예상하는 금리수준전망지수는 114로 전월 대비 1p 하락했다. 작년 9월 이후 8개월 만의 첫 하락이다. 향후 1년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기대인플레이션율)도 2.8%로, 한 달 새 0.1%p 내려 역시 8개월 만에 하락 전환했다.
이 팀장은 “5월 초 미국과 이란 종전 협상 보도가 나오면서 종전 기대가 커진 점과 석유최고가격제 등 정부의 물가 안정 대책이 소비자의 인플레이션 기대 완화에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중동발 지정학적 리스크가 약해지면서 에너지 가격 불안이 완화될 것이라는 기대가 금리 인상 우려와 물가 기대를 동시에 낮춘 것이다.
다만 이 팀장은 “기대인플레이션율 하락이 일시적인지 여부는 향후 중동 정세에 따른 에너지 수급 상황과 소비자물가 상승률 추이를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단서를 달았다. 협상 뉴스 한 줄이 금리·물가 기대를 동시에 흔드는 구조인 만큼, 협상 기류가 바뀌면 언제든 방향이 반전될 수 있다는 의미다.
‘세금·전쟁·분양가’ 삼중 요인에 집값 기대 두 달 연속 급등
주택가격전망지수는 112로 전월 대비 8p 상승했다. 전월에도 8p 올랐던 만큼 두 달 연속 가파른 오름세다. 이 지수가 100을 웃돈다는 것은 1년 뒤 집값 상승을 예상하는 소비자가 그렇지 않은 소비자보다 많다는 뜻이다.
이 팀장은 상승 배경으로 세 가지를 꼽았다. 지난 10일부터 재개된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로 서울 아파트 매물이 줄고 전세가격 상승 압력이 커진 점, 여기에 중동 사태로 인한 분양가 상승 우려까지 가세했다는 설명이다. 세제, 전쟁, 공급 불안이 맞물리며 ‘집값은 오른다’는 기대심리를 강화하는 구조가 형성된 셈이다.
경제 전문가들은 이번 소비심리 반등이 반도체·코스피 등 자산가격 의존도가 높은 만큼, 증시나 부동산이 조정 국면으로 접어들 경우 심리가 다시 급랭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이 팀장 역시 “심리지수가 중동 전쟁 이후 급등락하면서 불확실성이 높은 상황”이라고 거듭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