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업계 체감경기, 4분기 연속 하락
백화점·대형마트 낙폭 커…
기업 절반 “2026년 이후 회복될 것”

“그래도 2분기부터는 나아질 줄 알았는데, 이젠 확신할 수가 없네요.”
한 유통업체 관계자의 한숨 섞인 말은 현재 시장의 분위기를 고스란히 보여준다. 대통령 파면이라는 초유의 상황이 지나가며 정국은 다소 진정됐지만, 체감경기는 여전히 얼어붙은 채였다.
올해 2분기 국내 유통업계의 소비심리가 4분기 연속 하락하며 회복 전망에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
대형마트·백화점 체감경기 급락

지난 8일 대한상공회의소는 전국 500개 소매유통업체를 대상으로 조사한 ‘2분기 소매유통업 경기전망지수(RBSI)’가 75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이는 전 분기보다 2포인트 떨어진 수치다.
100을 기준으로 높을수록 경기 낙관론이 강한데, 최근 1년 동안 이 지수는 단 한 번도 기준선을 넘지 못했다.
업태별로 살펴보면 대형마트와 백화점의 낙폭이 특히 컸다. 두 업태 모두 전 분기보다 무려 12포인트 하락해 각각 73을 기록했다.
명품 소비 위축과 치열한 가격 경쟁,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부담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풀이된다. 편의점 역시 71로 떨어지며 하락세를 이어갔다.
소비 부진 장기화 우려… “2026년 이후나 가능”

유통업체들이 느끼는 시장의 무게는 단순한 수치 그 이상이다.
대한상의에 따르면 조사에 응한 기업의 절반 가까운 49.8%가 “소비시장 회복은 2026년 이후에야 가능할 것”이라고 답했다.
2027년(11.2%), 2028년 이후(16%)를 언급한 기업까지 더하면 상당수 업체들이 회복을 먼 미래로 보고 있는 셈이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소매 판매는 2.2% 감소했다. 이는 2003년 카드대란 이후 가장 큰 하락 폭이다. 이마트·롯데마트 등 주요 오프라인 유통기업의 영업이익도 2016년에 비해 절반 가까이 줄었다.

국제 곡물 가격 상승과 원자재 수입 비용 증가는 식품 물가를 자극하고, 여기에 고금리까지 더해지며 소비 심리는 한층 위축되고 있다.
특히 금리와 환율은 외환위기 수준으로 치솟으며 소비자 부담을 가중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장근무 대한상의 유통물류진흥원장은 “정치 불확실성은 일정 부분 해소됐지만, 그 자체만으로 시장이 살아나기는 어렵다”고 진단했다.
그는 “단기적으로는 대규모 할인 행사나 소비쿠폰 지급 같은 소비 진작책이, 장기적으로는 비즈니스 모델 혁신과 불황 대응형 상품 개발이 병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통업계 관계자들도 “개별 기업의 노력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며 “새 정부의 정책적 뒷받침이 절실하다”고 입을 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