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빵 가격 인하가 라면과 과자 업계까지 흔들고 있다. 담합 조사 이후 밀가루와 설탕 가격이 내려가자 파리바게뜨와 뚜레쥬르가 빵값을 내렸고, 이제는 라면 업체들이 가격 인하 카드를 만지작거리기 시작했다.
3일 식품업계에 따르면 오뚜기는 “(라면 가격을) 내린다면 어느 정도 내릴 수 있는지 내부적으로 살펴보고 있다”며 밀가루 가격 인하 이후 개별 라면 업체로는 처음으로 가격 인하 가능성을 내비쳤다. 농림축산식품부는 내일(4일) 주요 식품업체와 회의를 열어 정부의 물가 안정 기조에 동참해달라고 요청할 계획이다. 가공식품 물가를 관리하는 농식품부가 제분·제당 업체의 지난달 초 원재료 가격 인하 이후 식품업체들을 직접 부른 것은 처음이다.
빵 다음은 라면… 오뚜기 “검토 중”, 농심은 침묵
제과 업계에 공급되는 설탕 가격은 기존 대비 4~6% 인하됐고, 밀가루 역시 공정거래위원회의 6년간 5.8조원 규모 담합 적발 이후 가격 협상이 진행 중이다. 지난주 파리바게뜨는 빵 5종을 100원~1,000원, 케이크 1종을 최대 1만원 인하하며 3월 13일부터 새 가격을 적용한다고 밝혔고, 뚜레쥬르도 17개 제품을 평균 8.2%(100~1,100원) 내리며 3월 12일부터 시행에 들어간다.
문제는 라면과 과자다. 업계 1위 농심과 삼양식품, 팔도는 가격 인하와 관련해 말을 아끼고 있다. 한 업체 관계자는 “일부 원재료 가격이 내렸지만, 인건비 등 다른 비용이 상승해 어려운 상황”이라고 선을 그었다. 그러나 오뚜기의 발언은 업계 전반에 심리적 압박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원재료 원가 인하분을 소비자에게 돌려주지 않으면 정부의 직접 개입이 강화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정부 압박 수위 높아져… “20년 만의 가격 재결정 명령” 카드
지난 2월 25일 이재명 대통령은 국무회의에서 “설탕값은 내렸는데 설탕을 쓰는 상품은 그대로 유지하는 것”을 지적하며 공정위에 ‘가격 재결정 명령권’ 활용을 지시했다. 이는 20년 만에 검토되는 강력한 조치다. 공정위의 담합 조사는 설탕·밀가루를 넘어 계란·과자·돼지고기까지 확대되고 있어 식품업계 전반이 긴장 상태다.
제과업계는 최근 2년간 원재료 가격 상승을 명목으로 과도한 가격 인상을 단행한 전력이 있다. 해태제과는 2024년 12월 10개 제품을 평균 8.6% 올렸고, 오리온은 13종을 10.6% 인상했다. 롯데웰푸드는 2024년 6월 평균 12% 인상에 이어 불과 8개월 만인 2025년 2월 26개 제품을 평균 9.5% 추가 인상했다. 업계 관행상 “원가 상승 요인은 가격에 빠르게 반영되는 반면, 인하 요인은 소비자 체감까지 시간이 오래 걸린다”는 비판이 제기돼 왔다.
내일 회의가 분수령… 가격 인하 도미노 올까
정부가 직접 나서 가격 인하를 요청하는 만큼, 내일 회의 이후 자발적 가격 인하 움직임이 가시화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특히 오뚜기의 선제적 검토 발언이 나온 상황에서 다른 업체들이 계속 침묵으로 일관하기는 어려울 것이란 분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