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월 6일 오후 7시, 가상자산 거래소 빗썸에서 발생한 ’62만 비트코인 오지급 사태’는 단순 실수를 넘어 국내 가상자산 시장의 구조적 허점을 적나라하게 드러냈다.
당초 62만 원 상당의 이벤트 보상금을 지급하려던 과정에서 단위 입력 오류로 62만 비트코인(약 60조 7,000억 원)이 249명의 계좌에 입금됐고, 이 중 80여 명은 실제로 비트코인을 매도하거나 다른 자산으로 전환했다. 문제는 회수 과정에서 드러난 기술적·법적 복잡성이다.
35분의 공백, 100억원이 움직였다
빗썸이 사고를 인지한 시점은 지급 시작 약 20분 후였으며, 거래 및 출금을 차단하기까지는 추가로 35분이 소요됐다. 이 짧은 시간 동안 빗썸 내부의 비트코인 유통량은 4,600개에서 66만 5,000여 개로 급증했고, 시장에 쏟아진 물량으로 비트코인 가격은 9,800만 원에서 8,100만 원으로 17% 폭락했다.
80여 명의 이용자는 이 혼란 속에서 오지급된 비트코인을 매도해 약 30억 원을 국민은행 계좌로 현금 인출했으며, 또 다른 100억 원 규모는 기존 예치금과 합쳐 타 가상자산 매수에 사용한 것으로 확인됐다.
“무한대 숫자 입력해도 검증 안 돼”
금융감독원이 이번 사건을 두고 “가상자산 거래소의 구조적 문제”로 규정한 이유는 명확하다. 빗썸 시스템에는 입력된 지급액이 실제 지갑 보유량을 초과하는지 검증하는 기본 로직조차 없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찬진 금감원장은 2월 9일 “모든 거래소를 점검하고 내부 통제 시스템을 마련하라”며 “유령 코인 문제의 해소 없이는 가상자산 시장이 제도권으로 들어올 수 없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빗썸은 사고 당일 99.7%인 61만 8,212개를 회수했지만, 현재까지 125개(약 130억 원)가 미회수 상태다.
저점 매도자들의 딜레마, “재앙적 상황”
금감원은 오지급된 비트코인을 법적으로 ‘부당이득’으로 판정하며 “원물 반환이 원칙”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이는 당시 8,100만 원 저점에서 비트코인을 매도한 이용자들에게 특히 불리한 조건이다. 비트코인 가격이 2월 10일 현재 다시 회복세를 보이면서, 반환을 위해서는 현재 시세로 재매수해야 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금감원장은 이를 두고 “재앙적인 상황”이라고 표현했다.
빗썸은 현재 해당 이용자들과 개별 접촉을 통해 반환을 요청하고 있으며, 응하지 않을 경우 법적 대응도 검토 중이다. 한편 국민은행으로 인출된 30억 원의 현금은 비교적 회수 절차가 명확하지만, 코인 형태로 남아 있는 자산은 기존 보유분과 뒤섞여 기술적·법적 회수가 복잡한 상태다. 금융위원회는 이번 사건을 계기로 가상자산 발행 및 유통 관련 규제를 강화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으며, 가상자산법 2단계 입법 과정에서 보완 과제로 다룰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