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끌족, 소상공인 비상”…은행들이 갑자기 ‘돈줄 죈’ 이유

중소기업은 더 조이고
대기업만 문 열리는 2분기
대출
은행 대출 문턱 / 출처 : 연합뉴스

“같은 은행인데 대기업은 대출이 쉬워지고, 자영업자는 더 힘들어진다니 말이 됩니까.”

서울에서 카페를 운영 중인 A 씨는 최근 창업 자금 추가 대출을 신청하려다 은행 문턱 앞에서 좌절했다. 반면 같은 시기, 인근 공단의 중견 제조업체는 신규 설비 자금 대출을 손쉽게 승인받았다.

한국은행이 지난 22일 발표한 ‘2025년 1분기 대출 행태 서베이’에 따르면, 2분기 중 국내 은행들의 대출 태도는 가계와 중소기업에는 강화되고, 대기업에는 완화되는 ‘이중 기조’를 보일 것으로 전망됐다.

2분기, ‘돈 빌리기’ 더 어려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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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 대출 문턱 / 출처 : 연합뉴스

한은이 국내 은행 및 금융기관 203곳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대출태도지수는 대기업 +6, 중소기업 -6, 가계주택 -6, 가계일반 -8로 나타났다.

지수가 0보다 크면 대출 태도가 완화됐다는 뜻이고, 0보다 작으면 강화된 것이며, 가계 전반과 중소기업 모두 -지수로 나타난 것은 금융기관이 이들을 더 조심스럽게 보고 있다는 의미다.

한은은 그 배경으로 “정부의 가계부채 관리 기조에 따라 금융권이 자율적으로 대출 심사를 강화하려는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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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 대출 문턱 / 출처 : 뉴스1

실제로 일부 은행들은 다자녀 가구의 대출 우대금리를 축소하거나, 유주택자의 주택담보대출 자체를 제한하는 조치를 이미 시행 중이다.

“빌리려는 사람은 늘고, 갚을 여력은 줄고”

가계와 기업 모두 대출 수요는 여전히 증가세다. 2분기 대출수요지수는 가계일반 14, 가계주택 6, 중소기업 25, 대기업 11로 나타났다.

특히 중소기업은 전 분기(19)보다 6포인트 오른 수치로, 자금 확보에 대한 절박함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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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 대출 문턱 / 출처 : 연합뉴스

하지만 이와 동시에 신용위험 지수도 상승했다. 2분기 가계 신용위험은 17로, 전 분기 8보다 두 배 이상 뛰었고 대기업(8), 중소기업(22)의 신용위험 지수도 여전히 높게 나타났다.

이는 곧 은행 입장에선 “돈을 빌려달라는 사람은 많지만, 돌려받을 자신은 없다”는 뜻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소득은 제자리인데 대출금리는 내려가니 빚을 내서라도 버티려는 가계가 많아졌다”며 “심사를 까다롭게 하지 않을 수 없다”고 전했다.

정부가 2월 내놓은 가계부채 관리 방안과 3월의 주택시장 안정 대책 이후, 금융권은 사실상 자율규제에 나서고 있다. 우대금리를 줄이고, 다주택자 대출은 차단하며, 비은행권까지 대출 심사를 강화하는 분위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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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 대출 문턱 / 출처 : 연합뉴스

전문가들은 “정책 기조에 맞춰 건전성 관리를 이어가는 것은 맞지만, 취약계층에 대한 미세 조정이 병행돼야 한다”고 조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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