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티고 버티면 끝날 줄 알았는데”… 유례 없던 상황에 자영업자 ‘발칵’

작년 소매판매액 21년 만에 최대 감소폭 기록
내구재부터 비내구재까지 전 분야 소비 위축
서비스 소비 둔화세도 뚜렷
소매판매액
작년 소매판매액 최대폭 감소 / 출처: 연합뉴스

“차도 안 사고, 옷도 안 사고, 식료품도 안 산다. 외환위기 때도 이런 적은 없었다.” 한국 경제가 전례 없는 소비 절벽을 마주하고 있다.

물가 상승과 경기 침체가 장기화되면서 소비 시장이 전방위적으로 얼어붙고 있는 가운데, 자영업자들의 한숨은 더욱 깊어지고 있다.

전 품목 소비 감소, 통계 작성 이래 처음

12일 통계청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24년 1월부터 11월까지의 소매판매액 지수는 전년 동기 대비 2.1% 하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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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소매판매액 최대폭 감소 / 출처: 연합뉴스

이는 2003년 무분별한 신용카드 발급·대출로 인한 신용카드 대란 이후 가장 큰 폭의 감소다.

특히 심각한 것은 소비 위축이 모든 품목에서 나타났다는 점이다. 자동차 판매가 6.5% 감소했고, 의복과 음식료품도 각각 3.2%, 2.5% 하락했다.

1995년 관련 통계 집계 이래 처음으로 내구재, 준내구재, 비내구재 모두 2년 연속 감소를 기록했다.

경기 회복 불확실성 가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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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소매판매액 최대폭 감소 / 출처: 연합뉴스

소비의 다른 한 축인 서비스 소비도 둔화세가 뚜렷하다. 작년 1~11월 서비스 생산은 전년 같은 기간보다 1.5% 증가하는 데 그쳤다.

이는 코로나19 엔데믹 이후 2022년 정점(6.9%)을 찍은 뒤 2023년 3.4%로 둔화된 데 이어 작년에는 절반 이하로 급감한 수치다.

정부도 경기 상황을 엄중히 보고 있다. 기획재정부는 작년 11월 전산업 생산이 전월 대비 0.4% 감소하면서 “회복 경로의 불확실성이 확대됐다”고 평가했다.

지난 11월 반도체 생산지수는 175.2로 역대 최고 수준을 기록했으나, 자동차 부품업체 파업 영향으로 자동차(-5.4%)와 전자부품(-4.7%) 생산이 감소하며 광공업 생산이 0.7% 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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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소매판매액 최대폭 감소 / 출처: 연합뉴스

작년 12월 30일 김귀범 기재부 경제분석과장은 ’11월 산업활동동향’ 관련 브리핑에서 올해 반도체 경기에 대해 “작년만큼 좋을 것 같지는 않다”며 “상반기까지 고사양 반도체 생산과 수출에는 큰 문제가 없을 것이나, 하반기는 아직 불확실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건설 분야는 더욱 심각하다. 지난 11월 기준 7개월 연속 생산이 감소하며 1997년 통계 작성 이래 최장기간 감소세를 기록했다.

다만 김 과장은 “수주는 작년 2분기부터 좋아졌다”며 “GTX 등 토목공사를 앞당겨 진행하는 등 최대한 보강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정부는 ‘2025년 경제정책방향’을 통해 기금운용계획 변경, 공공기관 추가 투자, 정책금융 등 가용재원을 총동원해 내수 진작에 나설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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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소매판매액 최대폭 감소 / 출처: 연합뉴스

그러나 전문가들은 정부의 대책에도 불구하고 당분간 경기 회복이 쉽지 않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화여대 석병훈 경제학과 교수는 “정치적 불확실성 확대로 소비자들은 지갑을 닫고 기업은 투자를 미루면서 내수는 점점 악화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현재 한국 경제는 고물가, 고금리, 정치적 불확실성이라는 삼중고에 직면해 있다. 전문가들은 단기 대책보다 물가 안정과 소비 심리 회복을 위한 중장기적 해법 마련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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