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시내 공공 전기차 충전기 503기의 요금이 지난 8월 1일부터 전면 바뀌었다. 기존 속도·출력과 무관하게 일률 적용되던 1kWh당 324.4원이 사라지고, 충전기 출력을 기준으로 한 5단계 차등 요금제가 도입됐다. 완속 충전 요금은 내려간 반면, 초급속 충전 요금은 20% 이상 껑충 뛰었다.
이번 개편은 기후에너지환경부의 공공 전기차 충전요금 체계 개편안과 동시에 시행됐다. 서울시는 정부 요율을 그대로 채택해 지역별 요금 혼선을 최소화하는 방향을 택했다.
완속 9% 인하, 초급속 21% 인상…극과 극의 요금 재편
새 요금 체계의 핵심은 ‘출력이 높을수록 더 비싸게’라는 원칙이다. 30kW 미만 완속 충전기의 요금은 기존 324.4원에서 295.0원으로 29.4원(약 9.1%) 인하됐다. 반면 200kW 이상 초급속 충전기는 393.1원으로, 기존 대비 68.7원(약 21.1%) 급등했다.
중간 구간도 세분화됐다. 30~50kW 구간은 307.2원, 50~100kW는 325.6원, 100~200kW는 348.4원이 각각 적용된다. 50~100kW 구간은 기존 요금 대비 불과 1.2원 오른 수준이지만, 100~200kW 구간은 24.0원(7.4%) 인상돼 중·고속 이용자도 부담이 늘었다.
“서울 503기, 중·급속이 절대 다수”…구간별 분포가 관건
서울시 공공 충전기 503기의 분포를 살펴보면 정책의 실질적 영향이 더 명확해진다. 완속(30kW 미만)은 76기에 불과하고, 50~100kW 중속 206기, 100~200kW 급속 219기가 전체의 84%를 차지한다. 초급속(200kW 이상)은 단 2기다.
전국적으로는 공공 충전기의 약 90%가 30kW 미만 완속인 것과 대조적이다. 서울 공공망은 이미 중·급속 중심으로 구성돼 있어, ‘완속 인하 혜택’보다 ‘중·급속 인상 부담’을 더 직접적으로 체감하는 구조다. 서울 시민 대다수는 이번 개편에서 요금이 동결되거나 소폭 오른 50~100kW 구간 충전기를 주로 이용하게 된다.
9~10월 점심 할인 시범 운영…향후 요금 체계 설계의 시험대
서울시는 급격한 요금 변화에 따른 이용자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2026년 9~10월 주말·공휴일 오전 11시부터 오후 2시까지 요금을 할인하는 시범 프로그램을 운영할 계획이다. 구체적인 할인율은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이 시간대 할인이 전력 피크 관리 목적인지, 도심 상권 활성화를 위한 유인책인지는 향후 검증이 필요하다. 서울시 윤재삼 기후환경본부장은 이번 개편에 대해 “충전기 운영 비용을 현행화하고 요금 기준을 제시하는 데 의미가 있다”고 밝혔다.
이번 서울시 전기차 충전요금 개편은 단순한 가격 조정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속도에 따라 비용을 차등 부과하는 구조는 글로벌 주요 도시의 표준으로 자리 잡은 방식으로, 한국 공공 충전 인프라도 같은 방향으로 첫발을 내디딘 셈이다. 완속 이용자에게는 실질적 혜택이 돌아가지만, 택시·물류 등 초급속 의존 업종의 운영비 부담은 불가피하게 커졌다. 9~10월 시범 할인 결과와 충전 이용 데이터가 향후 요금 정책의 향방을 결정할 핵심 변수가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