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동 해상운송 리스크가 커진 사이, 르노코리아가 새로운 돌파구를 열었다. 지난달 31일 마산항 제4부두에서 준대형 크로스오버 ‘필랑트’ 220대를 포함한 완성차 847대를 중남미로 선적하며, 필랑트의 첫 해외 수출을 공식화했다.
이번 선적으로 부산공장 생산 차종의 수출 라인업은 아르카나·그랑 콜레오스에 필랑트까지 더해져 3종 체제로 완성됐다.
중동이 막히자, 중남미로 향했다
이번 수출 행선지가 중남미로 결정된 배경에는 지정학적 리스크가 자리한다. 르노코리아는 중동전쟁 여파로 중동향 선적이 어려워지고 선박 확보에도 제약이 생기자, 중남미 시장을 전략적 대안으로 택했다.
7월 선적 물량은 필랑트 220대, 아르카나 418대, 그랑 콜레오스 209대로 총 847대다. 같은 달 르노코리아의 전체 수출 실적 1,326대 가운데 이 847대가 중남미향으로 집중됐다.
필랑트, 숫자로 읽는 플래그십의 조건
필랑트는 올해 3월 국내 출시된 르노의 글로벌 플래그십 E세그먼트 크로스오버다. 하이브리드 E-Tech 파워트레인을 탑재해 시스템 최고출력 250마력, 복합연비 15.1km/L를 실현했다.
정숙성과 승차감에도 공을 들였다. 액티브 노이즈 캔슬레이션(ANC)과 주파수 감응형 댐퍼를 전 트림에 기본 적용했고, 저소음 폼 타이어와 19·20인치 투톤 알로이 휠을 조합했다. 12.3인치 클러스터와 12.3인치 센터 디스플레이로 구성된 ‘openR 파노라마 스크린’도 탑재됐다.
커넥티비티 측면에서는 LLM 기반 AI 음성비서 ‘에이닷 오토’와 ChatGPT 기반 차량 매뉴얼 서비스 ‘팁스(Tips)’를 적용했다. 5년간 무제한 5G 데이터 패키지까지 결합해, 실시간 OTA 업데이트와 콘텐츠 연결을 지원한다. 국내 가격은 약 4,394만 원부터 4,763만 원 수준이다.
내수 1만 대 돌파 후 수출 시험대…전체 실적은 과제
필랑트는 7월 기준 국내 누적 판매 1만 대를 돌파하며 시장 검증을 마쳤다. 내수에서 일정 볼륨을 확보한 뒤 수출 라인업에 편입하는, 르노코리아의 단계적 글로벌화 전략이 실행 단계에 접어든 셈이다.
다만 전체 실적은 여전히 부담이다. 7월 르노코리아의 국내외 합산 판매는 3,030대로 전년 동월 대비 58.2% 감소했다. 1~7월 누적 판매도 36,414대로, 전년 동기 54,278대 대비 32.9% 줄었다. 필랑트 220대의 첫 수출은 상징성은 크지만, 단기 실적 반등을 이끌기엔 규모가 제한적이다.
르노코리아는 향후 필랑트의 수출 지역을 중남미를 넘어 단계적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250마력 하이브리드와 생성형 AI 기반 커넥티비티를 앞세운 필랑트가, 지정학적 혼란 속에서도 부산공장의 글로벌 경쟁력을 입증할 수 있을지 중남미 시장이 첫 시험대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