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카카오모빌리티가 올해 안에 서울 강남에서 AI 기반 엔드투엔드(E2E) 자율주행 택시 서비스를 실제 도로에 투입한다. 테슬라와 중국 업체들이 E2E 방식으로 빠르게 전환하는 가운데, 국내 최대 모빌리티 플랫폼이 정면 승부수를 던진 것이다.
김진규 카카오모빌리티 피지컬AI부문 부사장은 지난 7월 28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피지컬 AI 시대 자율주행은 어떻게 일상이 되는가’ 토론회에서 “강남 도로 실주행 데이터를 바탕으로 E2E 모델 학습과 검증을 진행 중이며, 연말 강남구 자율주행 택시 서비스에 이 모델을 실제 투입할 것”이라고 밝혔다.
룰 기반에서 E2E로… 자율주행 패러다임이 바뀐다
E2E 자율주행은 카메라 등 센서 입력부터 조향·가속·제동까지 전 과정을 단 하나의 AI 모델이 통합 처리하는 방식이다. 기존 룰 기반 시스템이 인지·경로 계획·제어를 각각의 모듈과 규칙으로 나눠 처리했던 것과 근본적으로 다른 접근이다.
테슬라는 2024년 초 FSD v12부터 이 방식을 전면 도입했다. 8개 카메라 영상과 차량 센서 데이터를 하나의 거대 신경망에 입력하고, 그 출력으로 직접 조향각·가속·제동 명령을 생성하는 구조다. 사람이 설계한 규칙 코드를 사실상 제거하고 방대한 실주행 데이터로 운전 패턴을 모사하는 방식으로, 중국 업체들도 이를 빠르게 추격하고 있다.
카카오모빌리티는 강남 도로에서 축적한 실주행 데이터로 E2E 모델을 학습시키고, 별도의 검증 프로세스를 구축해 모델 안전성을 검증 중이라고 밝혔다. 2018년 자율주행 태스크포스(TF) 출범 이후 8년간 쌓아온 도심 데이터와 관제 역량이 핵심 자산이 될 전망이다.
강남 심야 자율차, 숫자로 증명한 상용화 가능성
카카오모빌리티는 올해 3월부터 강남구 자율주행 시범운행지구에서 ‘강남 심야 서울자율차’ 서비스를 운영 중이다. 현재 6대가 평일 오후 10시부터 다음 날 오전 5시까지 역삼·삼성·대치·도곡·신사·논현 일대 약 20.4㎢ 구역 내에서 운행한다.
서비스 지표는 상용화 가능성을 수치로 뒷받침한다. 카카오T 앱 기준 이용자 평점은 5점 만점에 4.94점이며, 차량 가동률은 82.5%에 달한다. 4월 유료 전환 이후에도 81.7%의 이용자가 계속 쓰겠다고 응답했다. 요금은 운행 거리와 무관한 시간대별 고정 요금으로 4,800~6,700원 수준이다. 피크 시간대(오후 11시~오전 2시) 요금이 6,700원으로 가장 높다.
다만 현행 제도상 제약은 뚜렷하다. 강남구 전체 도로 길이 695.71㎞ 중 자율주행차가 합법적으로 승하차할 수 있는 구간은 16.32㎞로, 전체의 불과 2.3%에 그친다.
‘피지컬 AI’ 생태계로… 제도·보험·관제가 함께 가야
류긍선 카카오모빌리티 대표는 이날 토론회에서 자율주행의 미래를 ‘피지컬 AI’로 규정했다. “AI가 실제 도로와 도시 시민에게 서비스를 제공하는 피지컬 AI 분야로 확장될 것이며, 국가 AI 경쟁력과 산업 경쟁력을 가늠하는 핵심 분야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E2E 전환에는 풀어야 할 숙제도 있다. 엔드투엔드 신경망은 AI가 왜 그런 판단을 내렸는지 사람이 해석하기 어려운 ‘블랙박스’ 특성이 있다. 사고 발생 시 책임 소재, 보험 설계, 규제 당국의 인증 절차 등에서 룰 기반 시스템보다 훨씬 복잡한 문제가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