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벤틀리모터스가 영국 크루(Crewe) 본사에 연면적 1만2500㎡ 규모의 최첨단 신규 페인트 공장을 7월 27일 공식 개관했다. 약 100종의 외장 컬러와 맞춤형 비스포크 도장을 동시에 지원하는 이 시설은, 벤틀리 최초의 순수 전기차 ‘토르칼(Torcal)’ 도장 공정까지 담당할 차세대 제조 거점이다.
이번 공장은 벤틀리가 추진 중인 ‘Beyond100+’ 전략과 ‘드림 팩토리(Dream Factory)’ 전환 계획의 첫 번째 가시적 결과물로, 크루 캠퍼스 전체를 전동화·지속가능 제조 플랫폼으로 바꾸는 대형 프로젝트의 핵심 축이다. 개관식에는 영국 왕실 앤 공주가 직접 참석해 상징적 의미를 더했다.
세계 최초 AGV 도장 라인, 자동화와 장인정신의 결합
이 공장이 업계의 주목을 받는 가장 큰 이유는 기술이다. 차량 도장 공정에 자율주행 유도 운반차(AGV)를 적용한 것은 이 공장이 세계 최초다. 기존 컨베이어 벨트 방식 대신 AGV가 차체를 도장 라인 곳곳으로 자율 이동시키며 공정 유연성을 획기적으로 높였다.
그렇다고 모든 과정을 자동화로만 처리하지 않는다. 벤틀리는 최종 피니시 단계에서 숙련 장인이 수작업으로 마감하는 ‘자동화+장인정신’ 결합 모델을 이 공장의 철학으로 내세운다. 안드레아스 레헤 생산 부문 이사회 멤버는 “최첨단 기술과 벤틀리의 장인정신을 결합해 생산 역량을 강화하는 동시에 토르칼을 비롯한 차세대 모델 생산의 핵심 기반이 될 것”이라고 선언했다.
‘100가지 색’의 이면…VOC 98% 저감, 폐기물 45% 감소
외장 컬러가 거의 100종으로 확대된다는 사실 이면에는 훨씬 복잡한 환경 기술이 숨어 있다. 이 공장은 잔류 열 산화 장치(Residual Thermal Oxidiser)와 첨단 열 관리 시스템을 도입해 도장 공정에서 발생하는 휘발성유기화합물(VOC) 배출을 최대 98%까지 줄이는 것을 목표로 한다. 기존 구형 공장 대비 폐기물 발생량은 최대 45% 감소를 목표치로 제시했다.
개관을 기념해 새롭게 선보인 컬러 ‘Spectral Verdant’는 스펙트라플레어(Spectraflair) 기술을 적용해 자연광 아래에서 다채로운 스펙트럼이 드러나는 하이엔드 피니시다. 이 컬러는 원오프(one-off) 사양의 컨티넨탈 GT S에 먼저 적용돼 신규 공장의 비스포크 역량을 상징하는 쇼카로 활용된다.
공장 외벽에는 벤틀리 컬러 팔레트에서 선별된 45개 색상 패널이 설치되어 고객이 실제 도장 컬러를 물리적으로 확인할 수 있도록 했다.
토르칼과 크루 캠퍼스 재편…럭셔리 EV 시대를 향한 강수
신규 페인트 공장은 컨티넨탈 GT, 컨티넨탈 GTC, 플라잉스퍼 등 현행 라인업의 도장을 맡는 동시에 토르칼의 도장 공정도 전담한다.
토르칼은 크루 본사 내 역사적인 A1 빌딩을 배터리 전기차(BEV) 전용 조립 라인으로 전환하는 프로젝트와 함께 개발 중이며, 신규 디자인 센터까지 포함한 통합 전기차 생산 캠퍼스가 크루 한 곳에서 완성된다. 업계에서는 토르칼의 첫 고객 인도 시점을 2027년 초로 예상하며, 가격은 수십만 달러대 럭셔리 EV 최고가 영역에 포지셔닝될 전망이다.
다만 시장 환경이 순탄치만은 않다. 최근 몇 년간 고가 EV 프로젝트들이 잇따라 기대 이하 성적을 기록했고, 벤틀리는 자가 자금으로 A1 빌딩 전환과 신규 페인트 공장 구축을 동시에 진행하고 있어 재무적 부담도 적지 않다. 그럼에도 CEO 프랑크-슈테펜 발리저는 “임직원의 전문성과 열정, 헌신으로 벤틀리의 미래를 이끌어간다”며 전동화 전략을 밀어붙이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