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는 웃고 현대차는 울고”…유럽 상반기, 같은 그룹서 엇갈린 성적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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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아 PV5 캠핑카
PV5 / 기아

같은 지붕 아래, 성적표는 달랐다. 2026년 상반기 유럽 자동차 시장에서 기아는 약진한 반면, 현대차는 뒷걸음질쳤다. 유럽자동차공업협회(ACEA)에 따르면 현대차는 1~6월 유럽에서 전년 동기 대비 8.7% 감소한 24만3,828대 판매에 그쳤고, 기아는 6.9% 증가한 29만697대를 기록했다.

전체 시장이 전년 대비 약 5.7% 성장하는 가운데, 현대차그룹 합산 판매량은 53만4,525대로 오히려 0.8% 감소했다. 합산 유럽 점유율은 7.4%로 전년 대비 0.5%포인트 하락했다.

B세그먼트 전기차 공백, 현대차의 아킬레스건

업계가 주목하는 핵심 원인은 B세그먼트 전기차 라인업의 부재다. 이승조 현대차 재경본부장은 2분기 실적 발표 컨퍼런스콜에서 “유럽에서 볼륨 ICE 모델인 코나와 투싼이 노후화해 어려움을 겪었다”며 “전기차에서도 중국차의 공세가 공격적이었는데 대응할 B세그먼트 모델이 부재했다”고 직접 인정했다.

2026년 1~5월 기준 현대차의 유럽 누적 판매는 19만7,308대로 전년 동기 대비 10.1% 감소했다. 특히 5월 단월 판매는 전년 대비 18.8%나 급감했다. 주력 하이브리드 모델인 투싼(26,835대)·코나(18,479대) 등이 상품 주기 말기에 접어들며 매력이 약화된 영향이 컸다.

EV3가 이끈 기아의 반격…3만6천유로의 승부수

전기차 설문 조사
EV3 / 기아

기아의 성장 엔진은 EV3였다. B~C세그먼트급 전기 SUV인 EV3는 독일 기준 35,990유로(Air 스탠다드 레인지)부터 시작해, 유럽 소비자들이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 ‘3만~4만유로대 대중형 전기차’ 구간을 정조준했다. 롱 레인지 모델은 81.4kWh 배터리를 탑재해 WLTP 기준 약 600km 주행이 가능하다.

기아는 EV6·EV9에 이어 EV3로 ‘대형~중형~소형’으로 이어지는 전기 SUV 풀 라인업을 완성했다. 그 결과 5월 유럽 판매가 전년 대비 14.9% 증가에 이어, 6월에는 5만3,041대로 무려 15.8% 급증했다. 기아의 6월 유럽 점유율은 3.8%로 현대차(3.3%)를 처음으로 0.5%포인트 앞서는 구도가 확인됐다.

중국차 돌풍과 하반기 반격 카드

현대차·기아 모두 피해갈 수 없는 외부 변수도 있다. BYD 등 중국계 브랜드의 2026년 5월 기준 유럽 시장 점유율은 11.4%로 치솟았다. 전년 대비 수배 성장세다. 저가·소형 전기차를 앞세워 B세그먼트를 빠르게 잠식하는 중국 브랜드의 공세는 유럽 자동차 시장 판도를 근본적으로 뒤흔들고 있다.

현대차의 반격 카드는 하반기에 집중됐다. 소형 전기 해치백 아이오닉 3를 유럽에 투입하고, 신형 투싼(ICE·하이브리드)을 출시해 B세그먼트 공백과 노후 ICE 볼륨 모델 두 약점을 동시에 보완한다는 전략이다. 유럽 시장에서 하이브리드 수요는 2026년 1~5월 기준 전년 대비 12.1% 성장하며 내연기관 단독 모델을 크게 앞서는 만큼, 신형 투싼의 성패는 현대차 반등의 핵심 변수가 될 전망이다.

유럽 점유율 4.0%의 기아가 3.4%의 현대차를 넘어서는 구도가 굳어질지, 아이오닉 3와 신형 투싼이 하반기 판도를 뒤집을지, 그 결과는 향후 그룹 내 개발·마케팅 자원 배분과 유럽 전략 전반의 방향을 결정짓는 시험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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