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국내 수입차 시장을 호령했던 혼다코리아가 23년 만에 자동차 판매의 문을 닫는다. 이지홍 혼다코리아 대표이사는 지난 4월 23일 서울 코엑스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글로벌 및 한국 시장 내 환경 변화, 환율 변동 사정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2026년 말 한국에서 자동차 판매 사업을 종료하기로 결정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이번 발표는 간담회 불과 3시간 전에야 취재진에게 일정과 장소가 통보될 만큼 긴박하게 이뤄졌다. 수입차 업계를 오랫동안 지켜본 시니어 독자들에게는 한 시대의 막이 내리는 장면으로 받아들여질 것이다.
수입차 1위에서 연 2000대로… 추락의 역사
혼다코리아는 2004년 자동차 판매를 시작한 이래 2008년 중형 세단 ‘어코드’의 폭발적 인기를 등에 업고 수입차 업계 최초로 연간 1만 대 판매를 돌파하며 브랜드 1위에 올랐다. 누적 판매 10만8,599대라는 성과는 그 시절의 영광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그러나 이후 판매는 3,000~7,000대 수준을 오갔고, 2017년 다시 1만 대를 회복하며 재도약을 알렸지만 2019년 하반기 일본산 불매운동이 결정타가 됐다. 2020년 판매는 3,000대 수준으로 주저앉았고, 2025년에는 1,951대에 그쳤다. 2026년 1분기 판매량은 211대로 전년 동기 대비 70% 급감하며 사실상 사업 종료를 예고하는 수치를 기록했다.
구조적 아킬레스건… ‘100% 미국산’ 환율의 함정
혼다코리아 자동차의 가장 치명적인 구조적 약점은 전량 미국 공장에서 생산해 수입하는 방식이었다. 달러 강세가 지속될수록 수입 원가가 직접 치솟는 구조로, 경비 절감과 가격 전략 등 다양한 대응을 펼쳤지만 중장기 사업 지속성을 확보하기 어렵다는 판단에 이르렀다.
반면 모터사이클은 일본·베트남·태국 다층 생산 구조를 갖춰 환율 리스크를 분산할 수 있었다. 업계에서는 전기차 전환 지연과 신차 라인업 부족, 여기에 고환율까지 겹치면서 수익성이 낮은 한국 시장을 선택적으로 정리하는 전략적 결단을 내린 것으로 분석한다.
모터사이클 ‘올인’… 점유율 40%의 확실한 승부처
자동차 사업 종료 이후 혼다코리아는 역량을 모터사이클 사업에 집중한다. 2026년 3월까지 누적 약 42만600대를 판매하며 국내 시장점유율 1위(약 40%)를 굳건히 유지하고 있는 확실한 핵심 사업이다. 이 대표는 “인적·물적 자원을 모터사이클 부문에 집중해 상품성과 고객 경험을 강화하고, 안전 교육과 체험 확대를 통해 시장 경쟁력을 높이겠다”고 밝혔다.
기존 자동차 고객에 대한 애프터서비스(AS)는 법적 의무인 8년을 넘어 장기적으로 지속 제공한다는 방침이다. 전국 18개 서비스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부품 공급과 보증 대응을 이어가며, 필요 시 대체 네트워크도 확충할 계획이다. 자동차 부문 인력 약 20~30명은 모터사이클 부문 등으로 전환 배치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