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달리는 ESS’로 진화…249억 달러 V2G 시장 선점 경쟁

댓글 0

달리는 ESS' 전기차, 에너지 안보 핵심으로…韓 제도 정비 필요
‘달리는 ESS’ 전기차, 에너지 안보 핵심으로…韓 제도 정비 필요 / 뉴스1

중동 전쟁발 고유가 충격이 가라앉지 않는 가운데, 전기차가 단순한 이동 수단을 넘어 ‘국가 에너지 인프라’로 재편되고 있다. 한국, 영국, 미국, 일본, 네덜란드 등 주요국이 전기차 배터리를 전력망과 연결하는 V2G(Vehicle to Grid·양방향 충·방전) 기술의 상용화에 본격 속도를 내고 있다.

V2G는 단순히 배터리를 충전하는 개념을 넘어선다. 심야에 전력을 충전하고, 오후 2~5시 전력 피크 시간대에는 반대로 배터리 전력을 전력망에 방전·공급하는 방식이다. 전기차 한 대가 거대한 ‘움직이는 에너지 저장장치(ESS)’가 되는 셈이다.

249억 달러 시장으로 성장…글로벌 기술 경쟁 본격화

시장 규모는 폭발적이다. 글로벌 조사기관에 따르면 전기차 온보드 충전기 시장은 2026년 91억 달러에서 2034년 249억 4천만 달러로 성장할 전망이며, 연평균성장률(CAGR)은 13.43%에 달한다.

제조사 차원의 기술 경쟁도 달아오르고 있다. 글로벌 부품 기업 보그워너(Borgwarner)는 2023년 11월 북미 완성차 업체와 800V 양방향 온보드 충전기(OBC) 공급 계약을 체결하고 2027년 1월부터 양산에 돌입할 예정이다. 일본 닛산도 현재 약 150만 엔대인 V2G 충전 장비 가격을 대폭 낮추는 차세대 제품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전기차 양방향 충방전 상용화
현대차그룹 전기차 / 현대차·기아, 연합뉴스

영국·네덜란드·일본, 각자의 방식으로 앞서 나가다

V2G 상용화의 선두 주자는 영국이다. 지난해 영국 최대 재생에너지 기업 옥토퍼스 에너지는 전기차 리스, V2G 충전기 설치, 요금제를 하나로 묶은 첫 상업용 V2G 패키지를 출시했다. 소비자는 차량을 충전기에 연결하는 것만으로 서비스에 참여할 수 있으며, 충전기 연결 시간 충족 시 충전 요금을 전액 감면해 주는 인센티브가 현지 전기차 소유주들의 큰 호응을 얻고 있다.

네덜란드 위트레흐트 시는 유럽 최초 도시 단위 V2G 대규모 실증 모델인 ‘위트레흐트 에너자이즈드’ 프로젝트를 운영 중이다. 전체 건물의 35%에 태양광 패널이 설치된 이 도시는 낮 시간대 전력 과잉 생산이 만성 과제였는데, V2G 전기차들이 잉여 전력을 흡수했다가 필요 시 전력망에 재공급하는 방식으로 이 문제를 해결하고 있다.

재난 대응 측면에서도 V2G의 가치는 입증됐다. 일본은 2024년 이시카와현 노토 지진 당시 피해 지역에 전기차를 투입해 일반 가정과 피난소, 병원에 비상 전력을 공급한 실전 경험을 보유하고 있다.

현대차 제주 실증·정부 7대 혁신…한국도 속도 낸다

전기차 양방향 충방전 상용화
현대차그룹 ‘플러그 앤 차지’ / 현대차·기아, 연합뉴스

국내에서도 V2G 상용화 레이스가 시작됐다. 현대자동차그룹은 지난해 12월부터 제주도에서 아이오닉9, EV9 등 전기차 55대를 활용해 충전 인프라와 전력망 연계 안정성을 검증하는 실증 서비스를 진행 중이다. 참여 고객에게는 양방향 충전기 무상 설치와 운영 기간 중 충전 요금 지원 혜택이 제공된다.

정부의 의지도 확고하다.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은 지난달 제주 대통령 타운홀 미팅에서 V2G 확대를 ‘7대 혁신 프로젝트’ 중 하나로 명시했다. 전기차 배터리를 포함한 ESS를 재생에너지를 보완할 핵심 에너지원으로 보고 “과감하고 신속한 변화”를 약속했다. 2026년 국내 전기·수소차 보급이 30만 대에 달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지난해 말 출범한 V2G 민관 협의체는 요금제, 정산·보상 방식, 법령 개선, 기술 표준 등을 망라한 중장기 로드맵을 현재 논의 중이다.

전기차가 도로를 달리는 동시에 국가 전력망을 지탱하는 ‘이중 자산’으로 진화하는 시대가 빠르게 현실이 되고 있다.

0
공유

Copyright ⓒ 이콘밍글.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