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관광 지형에 거대한 지각변동이 일어나고 있다. 수십 년간 디즈니월드와 타임스퀘어를 앞세워 ‘관광 최강국’ 자리를 지켜온 미국의 왕좌가 흔들리기 시작했다. 그 자리를 넘보는 건 다름 아닌 중국이다.
블룸버그 통신은 2026년 4월 15일(현지시간) 세계여행관광협회(WTTC)와 체이스 트래블의 최신 데이터를 인용해, 중국이 수년 내 미국을 제치고 세계 최대 관광 경제 대국으로 올라설 것이라고 보도했다. 단순한 전망이 아니다. 숫자가 이미 그 방향을 가리키고 있다.
숫자로 보는 중국 관광의 급부상
2025년 중국의 여행·관광 경제 성장률은 9.9%를 기록했다. 같은 해 미국의 성장률은 고작 0.9%에 그쳤다. 격차는 무려 11배 이상이다.
방문객 수치도 극명하게 엇갈린다. 2025년 중국을 찾은 외국인은 3,517만 명으로 전년 대비 30.5% 급증했다. 반면 미국 방문 외국인은 약 6,800만 명으로 전년 대비 5.5% 감소했다. 외국인 지출 역시 중국은 10% 이상 증가한 반면, 미국은 5%가량 줄었다.
WTTC의 글로리아 게바라 회장은 “양국이 현재의 성장 속도를 유지한다면, 향후 3~4년 내에 중국이 미국을 추월해 세계 최대 관광 경제국이 될 것”이라고 단언했다.
중국의 무기: 무비자 정책과 인프라 투자
중국의 관광 굴기를 이끄는 핵심 동력은 공격적인 무비자 정책이다. 현재 중국은 한국, 영국, 캐나다 등 약 50개국을 대상으로 최대 30일간 무비자 입국을 허용하고 있다. 2025년 전체 외국인 입국자의 73%가 무비자로 중국을 방문한 것으로 추산된다.
단순히 문턱을 낮추는 데 그치지 않는다. 중국은 트립닷컴, 징둥, 페이주 등 디지털 플랫폼과 크루즈·항공 인프라를 유기적으로 연결하며 관광 생태계 전반을 고도화하고 있다. 이에 발맞춰 한국관광공사는 외래 관광객 3,000만 명 조기 달성을 목표로 중국 시장 선제 대응에 나서는 등, 동아시아 각국도 중국발 관광 패권 재편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미국의 역풍, 그리고 변수들
미국은 스스로 관광 경쟁력을 갉아먹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강화된 이민 제한 조치와 지정학적 긴장 고조가 외국인 방문객 감소의 직접적인 원인으로 지목된다. 2026년 FIFA 월드컵 개최로 반등을 기대하는 시각도 있으나, 중동 분쟁 등 글로벌 불안 요인이 회복세를 가로막을 수 있다는 우려도 공존한다.
중국 역시 변수는 있다. IMF는 중국의 2026년 경제 성장률을 4.4%로 소폭 하락 전망했으며, 글로벌 지정학적 불확실성도 여전하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중국의 무비자 확대와 관광 인프라 투자가 지속될 경우, 2020년대 말에는 세계 관광 지형의 주도권이 완전히 바뀔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디즈니월드 시대의 종언이 예고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