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석유제품 가격이 최대 23%대까지 치솟았음에도 정부가 소비자 가격 방어막을 그대로 유지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4월 10일 0시부터 적용되는 3차 석유 최고가격을 2차와 동일한 수준으로 동결한다고 9일 밝혔다.
이에 따라 휘발유는 리터당 1,934원, 경유는 1,923원, 등유는 1,530원으로 각각 고정된다. 석유 최고가격제는 정유사의 주유소 공급가격에 상한을 두는 제도로, 지난달 13일 첫 도입 이후 2주 주기로 지정되고 있다.
경유 23.7% 상승에도 ‘동결’…미·이란 휴전이 변수
싱가포르 국제 석유제품 가격(MOPS) 기준으로 지난 2주간 경유는 23.7%, 등유는 11.5%, 휘발유는 1.6% 각각 상승했다. 국제 가격은 올랐지만, 정부는 상한선을 올리지 않은 것이다.
동결의 핵심 배경은 4월 8일 발표된 미국·이란 휴전이다. 양기욱 산업부 산업자원안보실장은 “지난 8일 미국과 이란의 휴전 발표로 유가가 급락하면서 변동성이 크게 확대됐고, 민생 물가에 석유 가격이 미치는 영향이 크다는 점을 함께 고려해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중동 지정학적 리스크 완화가 국내 유가 정책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 셈이다.
경유 동결이 핵심…택배·농어업 생계형 수요 보호
이번 동결에서 특히 주목받는 것은 경유다. 국제 경윳값이 23.7%나 급등했음에도 국내 공급 상한을 올리지 않은 결정은 화물차 운전자, 택배 기사, 농민, 어업인 등 생계형 수요층을 겨냥한 정책적 판단에서 비롯됐다. 경유 가격이 오르면 운송비 상승을 통해 민생물가 전반에 연쇄 영향을 준다는 점이 고려됐다.
산업부는 3차 최고가격제 시행으로 경유는 리터당 약 300원, 등유는 100원, 휘발유는 20원의 인하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예상했다. 정유사가 입는 손실은 추경에 반영된 목적 예비비 4조 2,000억원(6개월 유지 전제)으로 보전할 계획이다.
주유소 4,851곳 특별점검…85건 적발, ‘무관용 원칙’ 적용
정부는 가격 동결에도 불법 인상이 이뤄지지 않도록 단속 강도를 유지한다. 석유 최고가격제 시행 이후 4,851개 주유소에 대한 특별점검에서 총 85건의 불법행위가 적발됐으며, 이 중 9건은 행정 처분이 완료됐다. 나머지 적발 건에 대한 처분도 진행 중이다.
정부는 담합·매점매석 등 시장 질서 교란 행위에 대해 무관용 원칙으로 엄정 대응할 방침이다. 양 실장은 “유가가 안정된다면 현재 2주인 최고가격 지정 주기를 3주로 늘리는 조치도 가능할 것”이라고 언급해, 정책 운영의 유연성을 시사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