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의 경고장?… 호르무즈 해협 선박부터 ‘가짜뉴스’까지, 봉투 대란의 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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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장관 "종량제 봉투 공급 문제 없다"
종량제 봉투 / 뉴스1

쓰레기 종량제 봉투가 사라지고 있다. 대형마트와 편의점 매대에서 봉투가 동나고, 일부 지역에서는 구매 수량 제한까지 시행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중동 정세 불안이 촉발한 공급망 충격이 일상의 가장 밑바닥까지 파고든 것이다.

장관 발언 한 마디가 불안에 불을 질렀다

사태를 키운 결정적 계기는 정부 내부에서 나왔다.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은 4월 1일 오전 유튜브 방송에 출연해 “마스크처럼 1인당 판매 제한을 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고 발언했다.

이 한 마디는 ‘정부가 구매 제한을 검토 중’이라는 신호로 즉각 해석됐다. 불안을 느낀 시민들의 사재기는 더욱 가속됐다.

나프타 대란에 멈추는 비닐공장…"재고 2주치 뿐"
나프타 대란에 멈추는 비닐공장…”재고 2주치 뿐” / 연합뉴스

청와대는 같은 날 오후 긴급 정정에 나섰다. 강유정 청와대 수석대변인은 서면 브리핑을 통해 “이재명 대통령은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에게 구매 수량 제한을 하지 말 것을 지시했다”고 밝혔다. 청와대 관계자는 “종량제 봉투 제한은 논의한 적도, 검토한 적도 없다”고 선을 그었다.

재고는 ‘충분’, 그런데 왜 사재기는 멈추지 않나

정부는 공급 측면에서는 “총량에 문제없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현재 공공비축분과 민간 확보량을 합산하면 2.8개월분 이상 재고가 확보돼 있으며, 다음 달에는 6천 톤 규모의 추가 수입도 예정돼 있다.

또한 청와대는 “러시아산 나프타 2.8만 톤이 들어온다”며 원료 공급 안정화 조치를 강조했다. 나프타는 종량제 봉투 제조의 핵심 원료로, 중동 정세 악화로 인한 수급 불안이 이번 사태의 근본 원인이다.

중동전쟁 여파에 종량제 봉투 '품절 대란' - 뉴스1
중동전쟁 여파에 종량제 봉투 ‘품절 대란’ / 뉴스1

그러나 ‘재고 충분’ 메시지와 동시에 정부는 ‘필요시 일반 봉투로 쓰레기 배출 허용’ 방침을 언급했다. 안심시키는 말과 최악의 시나리오를 동시에 내놓는 이중 메시지가 오히려 국민 불안을 자극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북 전주시 등 일부 지자체는 이미 비닐봉투 사용을 대체 안내하고 있어, 지역별 수급 편차가 현실임을 방증한다.

과거 마스크·요소수 사태의 판박이…정부 신뢰가 관건

이번 사태는 과거 코로나19 마스크 대란, 차량용 요소수 품귀 사태와 놀랍도록 닮아 있다. 공급망 위기 → 정부의 불명확한 정책 신호 → 사재기 심화 → 재고 부족 가시화의 악순환 구조가 반복되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비상경제점검회의 모두발언에서 “국가 총량에 문제가 없더라도 일부 지방정부의 수급에 애로가 있을 수 있는 만큼 과부족 조정 체계를 마련하라”고 지시했다. 지역별 편차 해소를 위한 행정적 조율이 시급한 상황이다.

이 대통령은 이날 호르무즈 해협에 머무는 선박 26척의 통과 협의도 해수부·외교부에 지시하는 한편, ‘달러 강제매각’ 등 가짜뉴스 유포 행위에 대해 엄정 대처를 주문했다. 각 부처에는 ‘올코트 프레싱’ 자세로 선제적으로 움직일 것을 주문했다.

공급량이 충분해도 국민이 믿지 않으면 사재기는 멈추지 않는다. 이번 종량제 봉투 대란이 남긴 교훈은 결국 하나다. 위기 국면일수록 정부의 메시지는 하나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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