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일로 차량 운행을 금지하는 ‘홀짝제’가 공공기관에 도입될 수 있다. 중동 전쟁 여파로 촉발된 원유 자원안보 위기가 심화될 경우, 정부는 현행 5부제보다 훨씬 강력한 2부제를 시행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5부제에서 2부제로…조이는 에너지 고삐
정부는 원유 자원안보위기 단계가 현재의 ‘주의’에서 ‘경계’로 격상될 경우, 다음 달 6일부터 공공기관 승용차 2부제를 시행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기후에너지환경부는 공무원 등 공공기관 직원의 출퇴근 준비 시간을 고려해 시행일을 4월 6일께로 잡고 있다는 입장이다.
다만 정부 관계자는 “아직 확정된 사안은 아무것도 없다”며 신중한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2부제는 홀수·짝수 날짜에 맞춰 차량 번호 끝자리에 따라 격일 운행을 금지하는 방식으로, 5부제보다 규제 강도가 크게 높다.
이미 시작된 5부제 강화…150만 대 적용
정부는 지난 3월 25일 0시를 기해 공공기관 승용차 5부제를 대폭 강화해 시행 중이다. 적용 대상은 공공기관 공용차와 임직원 10인승 이하 승용차 약 150만 대이며, 기존에 제외됐던 경차와 하이브리드차도 이번에 포함됐다.
적용 범위도 전국으로 확대됐다. 인구 30만 명 미만 시·군도 예외 없이 5부제를 따라야 한다. 위반 시 제재도 강해졌다. 1~3차 위반은 경고에 그치지만, 4회 이상 반복 위반 시에는 기관 자체 징계를 받는다. 하루 3,000배럴의 석유를 절약할 수 있을 것으로 정부는 추정하고 있다.
박덕열 기후에너지환경부 수소열산업정책관은 “에너지 위기 극복을 위해 공공부문의 선도적인 에너지 절약 실천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3월 27일 전국 12개 공공기관에 대한 불시 점검도 실시했다.
민간 의무화 가능성…35년 만의 부활
현재 민간 부문은 5부제 자율 참여 요청만 받고 있다. 하지만 자원안보위기 단계가 ‘경계’로 격상되면 민간 5부제 의무화도 함께 검토할 예정이다.
민간 5부제가 의무화되면 1991년 걸프전 당시 2개월간 시행된 이후 약 35년 만의 일이 된다. 당시에도 중동發 원유 공급 불안이 직접적인 계기였다는 점에서 역사가 반복되는 양상이다. 시니어 세대라면 그 시절 출퇴근 불편을 생생히 기억할 것이다.
에너지 위기가 공공을 넘어 민간 일상으로 파고들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자원안보위기 단계 격상 여부가 향후 에너지 정책의 분기점이 될 전망이다. 정부의 대응 수위가 어디까지 높아질지, 국민 모두가 주목해야 할 시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