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원 탈퇴로 관계를 끊은 줄 알았던 플랫폼에서 갑자기 문자 메시지가 날아온다면 어떤 기분일까. 쿠팡을 탈퇴한 이용자들이 최근 잇따라 이 같은 경험을 공유하면서 개인정보 처리 투명성을 둘러싼 논란이 거세지고 있다.
탈퇴 후에도 날아온 문자…무슨 일이 있었나
쿠팡은 2025년 11월 29일 고객 계정 약 3,370만 개가 무단으로 유출됐다고 공식 발표했다. 당시 쿠팡의 활성 고객 수가 2,470만 명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사실상 전체 가입자의 개인정보가 외부에 노출된 것이다.
이에 쿠팡은 2026년 1월 15일부터 피해 고객에게 1인당 최대 5만 원 상당의 구매이용권을 제공했다. 유효기간은 2026년 4월 15일로 설정됐다.
문제는 이미 계정을 삭제한 탈퇴자들에게도 이용권 관련 문자가 발송됐다는 점이다. 지난해 12월 쿠팡을 탈퇴한 한 이용자는 올해 1월과 3월 ‘구매이용권 안내’ 문자를 수신했다고 밝혔다. 문자에는 ‘개인정보 유출 사고에 대한 책임을 통감하며 불편을 겪으신 고객님께 구매이용권을 드립니다’라는 문구가 담겼다.
두 법이 충돌한다…위법인가, 합법인가
이번 논란의 핵심은 법 조항 간의 충돌이다. 현행 개인정보보호법은 회원 탈퇴 시 개인정보를 ‘지체 없이 파기’하도록 명시하고 있다. 쿠팡의 자체 개인정보 처리방침도 마케팅 목적으로 수집한 정보는 탈퇴 시 파기된다고 규정한다.
반면 전자상거래법은 거래 기록이 존재할 경우 5년간 정보 보존을 의무화하고 있다. 이로 인해 2022년 말에 탈퇴한 이용자조차 개인정보 유출 안내 문자를 받는 상황이 발생했다. 이용권이 거래 관련 계약 이행 정보에 해당할 수 있다는 해석이 가능한 이유다.
전문가들은 법 위반 여부가 메시지의 성격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고 본다. 단순 광고라면 탈퇴자 발송 자체가 문제가 되지만, 기존 거래와 연관된 이용권 소멸 안내라면 ‘계약 이행에 필요한 정보 제공’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다는 것이다.
신뢰 회복 중에 터진 악재…당국 조사 본격화
쿠팡은 유출 사태 직후 주간 활성 이용자(WAU)가 2,600만 명대로 감소하는 타격을 입었다. 그러나 1월 보상 이용권 제공 이후 이용자 수가 회복세를 보여 2026년 3월 기준 2,828만 명을 기록했다. 위기 관리 차원에서 보상 조치가 어느 정도 효과를 거둔 셈이다.
하지만 이번 탈퇴자 문자 발송 논란이 불거지면서 회복세에 제동이 걸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최철 숙명여대 소비자경제학과 교수는 “소비자가 적극적으로 이용하지 않겠다는 의사 표시로서 탈퇴했는데도 이런 문자를 보낸 것은 고객을 위한 목적이라 해도 적절치 않다”며 확실한 업무 방침 재정립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개인정보보호위원회는 현재 쿠팡이 탈퇴자의 개인정보를 적법하게 관리하고 있는지 조사를 진행 중이다. 특히 활성 고객과 탈퇴 고객의 정보를 한곳에 모아 관리할 경우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소지가 있다고 보고 보관 방식까지 들여다볼 계획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