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타르 LNG ‘불가항력’ 선언…한국, 전체 수입량 15% 공급 중단 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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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타르 LNG 공급 일시 중단
카타르 최대 액화천연가스(LNG) 생산시설/출처-연합뉴스

전 세계 LNG 공급량의 20%를 책임지는 카타르가 핵심 생산 시설을 이란의 미사일 공격으로 잃었다. 카타르에너지는 24일(현지시간) 한국, 이탈리아, 벨기에, 중국과의 LNG 장기 공급 계약 이행을 일시 중단한다는 ‘불가항력'(Force Majeure)을 선언했다.

지난 18~19일 카타르의 핵심 LNG 생산 거점인 라스라판 산업도시가 이란의 미사일 공격을 받아 심각한 피해를 입은 것이 직접적인 원인이다. 카타르에너지의 사드 알카비 최고경영자(CEO)는 로이터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이번 피격으로 자사 LNG 수출 용량의 17%가 손상됐으며, 복구에는 3~5년이 걸릴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사태는 단순한 양자 간 공급 문제를 넘어, 글로벌 에너지 안보 전반을 뒤흔드는 사건으로 평가된다. 유럽 가스 가격은 지난주에만 63% 급등하며 2022년 3월 이후 최대 상승률을 기록했다.

14개 생산 라인 중 2개 손상…연간 1,280만 톤 생산 중단

피해 규모는 구체적으로 확인됐다. LNG 생산 라인 14개 중 2개와 가스 액화(GTL) 시설 2개 중 1개가 손상됐으며, 이로 인해 연간 1,280만 톤의 LNG 생산이 최대 5년간 중단될 것으로 전망된다.

LNG 공급 초비상…미사일 공격받은 카타르 가스 허브 | 연합뉴스
LNG 공급 초비상…미사일 공격받은 카타르 가스 허브 / 연합뉴스

라스라판 단지의 구조적 취약성도 이번 사태를 더욱 심각하게 만드는 요인이다. 중동의 석유 생산이 여러 국가와 유전에 분산돼 있는 것과 달리, 이 지역의 LNG는 사실상 라스라판의 거대한 복합 단지 하나에 집중돼 있다. LNG는 석유와 달리 파이프라인 우회 옵션이 거의 없고, 특수 선박으로만 장거리 운송이 가능해 대체 경로 확보가 극히 제한적이다.

라피단 에너지 그룹의 글로벌 가스·LNG 연구 이사 알렉스 먼튼은 LNG 생산 라인은 석유처럼 ‘켜기-끄기’ 방식으로 운영할 수 없으며, 운영이 중단되면 재개까지 몇 주가 소요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라피단 에너지는 호르무즈 해협 통과 선박의 안전이 절대적으로 확보될 때만 LNG 수출 재개가 가능하다고 예측했다.

한국 LNG 수입의 15%·헬륨 65% 직격…가격 급등은 불가피

한국에 미치는 타격은 복합적이다. 카타르산 LNG는 한국 전체 LNG 수입량의 14.9%, 장기 계약 물량의 약 20%를 차지한다. 여기에 한국이 전체 헬륨 수입의 65%를 카타르에 의존하고 있어, 반도체 등 첨단 산업 공급망에도 파장이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글로벌 신용평가사 피치는 헬륨 공급 제한이 6주를 초과할 경우, 기업들이 생산 일정을 조정하거나 고부가가치 제품 위주로 우선순위를 재편하게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헬륨 가격의 폭등도 불가피하다는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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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와 업계는 호주·말레이시아·미국·러시아 등 분산된 공급선과 한국가스공사의 캐나다·미얀마·인도네시아 해외 지분 물량이 존재해 당장 국내 LNG 고갈 사태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으로 평가한다. 다만 현물 LNG는 장기 계약보다 상당히 비싼 만큼 가격 급등은 피하기 어렵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북미산 LNG·현물 비중 확대 불가피…공급 구조 재편 전망

시장에서는 이번 사태가 글로벌 LNG 수급 구조 자체를 뒤바꿀 수 있다고 분석한다. 카타르산 공급 차질이 장기화될 경우, 북미산 LNG와 현물 거래 비중이 높아지는 방향으로 에너지 조달 전략이 재편될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대안도 녹록지 않다. 현재 세계 최대 LNG 수출국인 미국은 액화 시설이 이미 거의 최대 용량으로 가동 중이어서 공급을 추가로 늘릴 여지가 매우 제한적이다. 카타르에너지가 2027년까지 LNG 생산 시설 확장 계획을 연기하기로 결정한 점도 중기적 공급 불안을 더욱 가중시킨다는 평가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가 석유 시장보다 LNG 시장에 더 큰 충격을 줄 수 있다고 경고한다. 아시아 가스 현물 가격은 이미 MMBtu당 약 23.40달러 수준으로 올라섰으며, 공급 불안이 장기화될수록 추가 상승 압력이 커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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