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리스크가 글로벌 공급망을 흔드는 가운데, 한국 수출 경기는 3분기 연속 기준선을 웃돌았다. 반도체 단일 품목이 악화 일로를 걷는 15대 품목 대부분의 부진을 압도하며 전체 지수를 끌어올린 결과다.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은 3월 1∼12일 수출실적 50만 달러 이상 회원사 2천여 개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올해 2분기 수출산업경기전망지수(EBSI)가 106.6으로 집계됐다고 24일 밝혔다. EBSI가 100을 넘으면 전 분기 대비 수출 경기가 개선될 것으로 보는 기업이 많다는 의미다.
반도체, EBSI 191.4…’공급자 우위’ 구도 지속 전망
2분기 반도체 EBSI는 191.4로 압도적인 수치를 기록했다. 글로벌 스마트폰 업체들이 시장 점유율 확보를 위해 출하량을 공격적으로 늘리고 있어 수급 불균형이 심화되는 모습이다.
여기에 ‘피지컬 AI’와 스스로 판단하고 행동하는 ‘에이전틱 AI’의 확산이 고성능 반도체 수요를 끌어올리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 같은 흐름이 판매자가 가격 결정권을 쥐는 ‘공급자 우위’ 구도를 당분간 유지시킬 것으로 분석한다. 실제로 한국의 1∼2월 누적 반도체 수출은 전년 동기 대비 72.6% 급증하며 전체 수출 증가율(+21.8%)을 크게 상회했다.
호르무즈 봉쇄가 갈랐다…석유제품 ‘반사이익’ vs 가전·플라스틱 ‘직격탄’
중동 사태는 업종별로 상반된 결과를 낳고 있다. 석유제품 EBSI는 102.9로 기준선을 넘었다. 호르무즈 해협 봉쇄에 따른 국제유가 상승이 수출 단가 강세로 이어질 것이라는 기대가 반영된 수치다.
반면 가전(EBSI 51.3)은 중국과의 가격 경쟁 심화와 관세 부담이 겹치며 수출 부진이 예상됐다. 플라스틱·고무·가죽제품(58.4)은 중동산 나프타 수급 차질로 원가 부담이 직접적으로 전가될 것으로 분석됐다. 수출 기업들이 2분기 최대 애로사항으로 원재료 가격 상승(21.8%)과 물류비용 상승(20.1%)을 꼽은 것도 이 같은 중동발 비용 압박을 반영한다.
‘반도체 의존’ 이중 구조 심화…내수·서비스업은 여전히 부진
수출 개선 모멘텀이 지속되고 있지만, 구조적 불균형은 깊어지고 있다. 한국은행이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을 기존 1.8%에서 2.0%로 상향 조정한 배경도 반도체 경기 호조(+0.2%포인트)가 핵심 요인으로 꼽힌다. 3월 제조업 BSI는 105.9로 2024년 3월 이후 2년 만에 기준선을 회복했지만, 내수(98.5)·투자(96.4)·고용(94.7) 지수는 여전히 100을 밑돌고 있다.
무협 이관재 수석연구원은 “중동 사태로 물류 차질과 원자재 수급 불안이 수출기업 부담을 키울 수 있다”며 “수출 개선 모멘텀을 지속하기 위해 피해기업에 대한 물류비 및 경영자금 지원과 취약 공급망 점검, 조달 안정화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