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 최고가격제가 시행된 지 열흘이 지났지만, 정유사들이 가격을 올린 만큼 돌려놓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소비자단체는 정유사 공급가격을 근거로 주유소 판매가격이 추가로 내려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소비자단체 에너지·석유시장감시단은 최고가격제 고시 10일째인 지난 22일 기준, 전국 휘발유 가격이 고시 전(3월 12일)보다 L당 평균 79.2원 내렸다고 23일 밝혔다. 경유 가격은 같은 기간 L당 102.7원 하락했다.
감시단은 그러나 “정유사 공급가격을 고려하면 휘발유는 평균 26.8원, 경유는 63.3원을 추가로 인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미국·이란 전쟁 발발 후 10일 동안 주유소 기름값이 크게 올랐던 만큼, 내린 폭이 충분치 않다는 논리다.
인상분의 절반도 못 돌려준 정유사들
정유사별로 대응 격차가 뚜렷하다. 에쓰오일 주유소는 미국·이란 전쟁 발발 이후 최고가격제 고시 전까지 L당 218.3원을 인상했지만, 고시 후 10일 동안 89.7원을 내리는 데 그쳤다. 인상분의 41% 수준만 복원한 셈이다.
GS칼텍스는 200.1원 인상에 76.3원 인하, SK에너지는 207.9원 인상에 82.8원 인하, HD현대오일뱅크는 203.3원 인상에 76.3원 인하를 기록했다. 4개 정유사 모두 인상 폭 대비 인하 폭이 절반에 미치지 못했다.
가격 내리지 않은 주유소도 여전히 존재
최고가격제 시행 이후에도 가격을 전혀 내리지 않은 주유소 비율은 GS칼텍스가 10.3%로 가장 높았다. 이어 HD현대오일뱅크 7.8%, SK에너지 6.9%, 에쓰오일 3.1% 순으로 집계됐다.
감시단은 정부의 가격 통제가 정유사 공급가격에만 적용되는 구조 탓에, 일부 주유소에서 마진을 유지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고 분석했다. 업계 관계자들은 공급가격과 소비자 판매가격 사이의 연동 구조를 보완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27일 2차 고시 앞두고 국제유가 변수 부상
문제는 국제유가가 또다시 뛰고 있다는 점이다. 감시단에 따르면 최고가격 고시 이후 국제 휘발유 가격은 L당 415.4원, 국제 경유 가격은 L당 670.6원 올랐다. 오는 27일로 예정된 2차 최고가격 고시에서 가격 인상 압력이 커질 수 있는 상황이다.
정부는 초기 최고가격을 휘발유 L당 1,724원, 경유 1,713원으로 고시했으며 2주 단위로 재지정하는 구조다. 이번 최고가격제는 1997년 유가 자유화 이후 29년 만에 정부가 시장 가격에 직접 개입하는 사례다.
한국석유공사 오피넷에 따르면 23일 오전 9시 기준 전국 주유소 휘발유 가격은 전일 대비 L당 0.3원 내린 1,819.4원, 경유는 0.4원 내린 1,815.8원이다. 감시단은 소비자에게도 에너지 절약 동참을 촉구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