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걷기 운동으로는 당뇨 못 막는다?”… 하버드 연구진이 밝혀낸 ‘결정적 30분’의 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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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 당뇨병 위험
운동하는 시민들/출처-연합뉴스

스마트폰과 온라인 학습이 일상이 된 시대, 10대 청소년들은 하루 24시간 중 절반을 앉아서 보낸다. 이 ‘앉아있는 습관’이 당뇨병의 씨앗을 심고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단 30분의 움직임만으로도 그 위험을 의미 있게 낮출 수 있다는 사실이 과학적으로 입증됐다.

하버드 의대, 5년 추적 연구로 밝혀낸 ‘생활 패턴의 비밀’

미국 하버드대학교 의과대학 소렌 아르누아-르블랑 박사팀은 10대 초반 청소년 802명(중앙값 12.9세)을 대상으로 5년간 추적 관찰한 결과를 2026년 3월 미국 보스턴에서 열린 미국심장협회(AHA) 학술회의에서 발표했다.

연구팀은 1999~2002년 매사추세츠주 동부 지역에서 태어난 청소년들에게 7~10일 동안 손목 가속도계를 착용하게 하고 수면 일지를 작성하게 했다. 이어 약 4~5년 뒤인 17.5세 무렵 공복 혈액검사를 통해 인슐린 저항성을 평가했다.

청소년 당뇨병 위험
학교 체육 시간/출처-연합뉴스

청소년의 하루, 절반은 ‘앉아있기’

연구 결과 청소년들은 하루 24시간 중 평균 48%, 즉 11.5시간을 수업·숙제·휴식 등 좌식 상태로 보냈다. 수면이 33%, 저강도 신체활동이 17%를 차지했으며, 숨이 찰 정도의 중·고강도 신체활동(MVPA)은 고작 2%에 불과했다.

이는 하루 약 29분에 해당하는 수준이다. 학교 체육 시간과 이동 중 움직임을 합산해도 청소년들이 실질적으로 ‘제대로’ 움직이는 시간은 턱없이 부족한 셈이다.

좌식 30분을 운동으로 바꾸면… 인슐린 저항성 15% 감소

청소년 당뇨병 위험
건강한 식단과 운동/출처-연합뉴스

생활 패턴 변화가 확인된 394명을 분석한 결과는 뚜렷했다. 앉아있는 시간 30분을 중·고강도 신체활동으로 대체한 청소년은 인슐린 저항성이 14.8%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시간을 수면으로 대체한 경우에도 5% 감소 효과가 확인됐다.

반면 좌식 30분을 가벼운 산책 같은 저강도 신체활동으로 바꾼 경우에는 인슐린 저항성에 유의미한 변화가 없었다. 운동의 ‘강도’가 핵심이라는 사실이 수치로 입증된 것이다.

인슐린 저항성은 몸이 인슐린에 제대로 반응하지 못하는 상태로, 제2형 당뇨병과 심혈관 질환의 주요 선행 지표다. 청소년기에 인슐린 저항성이 높아지면 성인이 된 이후 만성질환으로 이어질 위험이 높아진다.

“정책도 바뀌어야 한다”…공중보건 전략 변화 촉구

아르누아-르블랑 박사는 “하루 30분을 앉아있는 대신 중·고강도 신체활동으로 바꾸면 인슐린 저항성이 15% 낮아진다는 것은 상당히 큰 변화”라며 “하루 몇 분부터라도 앉아있는 행동을 신체활동이나 수면으로 바꾸면 건강에 이점이 있다”고 강조했다.

연구팀은 공중보건 전략 차원에서도 청소년의 좌식 시간을 줄이고 운동과 수면을 늘리는 데 정책적 초점을 맞출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학교 체육 시간 확대, 수업 중 활동 휴식 도입 등 제도적 개입의 필요성이 커진 셈이다.

다만 이번 연구는 특정 지역 출생 코호트를 대상으로 한 관찰 연구인 만큼, 다양한 인종과 국가에서의 검증이 추가로 필요하다는 점도 연구팀 스스로 인정하고 있다.

청소년 건강은 단순히 ‘어린 시절의 문제’가 아니다. 지금 자녀와 손자녀 세대가 앉아서 보내는 30분이, 수십 년 뒤 그들의 당뇨병 위험을 결정짓고 있다. 하버드 의대가 5년에 걸쳐 내린 결론은 단순하다. 조금 더 움직이게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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