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대전환 브레이크 걸렸다… 글로벌 12개사, 110조 손실에 전략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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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완성차 업계, 전기차 계획 축소
전기차 충전소/출처-연합뉴스

글로벌 자동차 업계의 전기차 전환 드라이브에 강력한 제동이 걸렸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최소 12개 글로벌 완성차 기업이 전기차 계획을 축소하고 있으며, 관련 비용 손실이 최근 1년간 750억 달러(약 110조원)에 달한다고 보도했다.

이 같은 흐름은 대중 브랜드부터 초고가 럭셔리 브랜드까지 예외 없이 나타나고 있다. 단순한 시장 조정이 아니라, 정책 환경과 소비자 수요가 동시에 역전되는 구조적 전환으로 해석된다.

혼다·롤스로이스도 전기차 목표 백기

글로벌 완성차 업계, 전기차 계획 축소
전기차 충전구역/출처-연합뉴스

혼다는 지난 3월 12일 2040년부터 전기차와 연료전지차만 판매한다는 중장기 전략을 공식 포기했다. 신규 브랜드 ‘0 시리즈’ 세단과 SUV, 프리미엄 전기 SUV ‘어큐라 RSX’의 미국 생산 계획도 취소됐으며, 향후 2년간 대규모 적자가 예상된다고 밝혔다.

롤스로이스도 3월 중순 2030년 이후에도 휘발유 엔진 차량을 계속 생산하겠다고 선언했다. 크리스 브라운리지 CEO는 “2023년 순수 전기차 스펙터 출시 이후 세상이 변했다”고 언급하며 전략 수정의 배경을 설명했다.

럭셔리 브랜드들, 엔진 소리 포기 못 한다

슈퍼카 브랜드의 이탈도 뚜렷하다. 람보르기니는 2030년 출시 예정이었던 순수 전기차 ‘란자도르’ 계획을 철회하고, 대신 플러그인 하이브리드(PHEV) 모델을 내놓기로 했다. 슈테판 빈켈만 CEO는 “순수 전기차에 대한 거부감이 늘고 있다. 최대 거부감 중 하나는 엔진 소리를 잃은 것”이라고 직설했다.

페라리는 지난 2025년 2030년 전기차 생산 목표치를 절반으로 낮췄다. 베네데토 비냐 CEO는 “페라리 팬들에게 휘발유 엔진의 으르렁거리는 소리를 포기하도록 강요할 수 없다”는 입장을 거듭 강조해왔다. 벤틀리 역시 2035년 이후에도 PHEV 차량을 지속 판매하겠다고 선언했다.

메르세데스-벤츠, 포드, 스텔란티스, 볼보, 아우디, 포르쉐, 로터스도 기존 전기차 100% 또는 80% 전환 목표를 수정했다. 이들 중 다수는 PHEV 라인업 강화를 새로운 전략 축으로 설정했다.

글로벌 완성차 업계, 전기차 계획 축소
포드 로고/출처-뉴스1

정책 역풍과 수요 반전이 동시 작용

배경에는 정책 환경의 급격한 변화가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취임 이후 전기차 구매자에 대한 연방 세제 혜택이 종료됐고, 충전 인프라 지출과 탄소 배출 목표도 약화됐다. EU 역시 탄소 배출 규제 기조를 후퇴시켰다.

시장 지표도 냉각세를 보인다. 2026년 2월 글로벌 전기차 판매는 약 110만 대로 전년 동월 대비 11% 감소했다. 반면 아시아 시장은 2029년까지 EV 판매 성장률 63%가 예측되는 등 지역별 온도 차가 뚜렷하게 벌어지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이 같은 흐름에 대응해 2030년 전기차 200만 대 목표는 유지하되, 친환경차(전기차+하이브리드) 330만 대로 목표를 재설정했다. 하이브리드 라인업은 기존 7차종에서 14차종으로 두 배 확대했으며, 제네시스는 전기차 전용 모델을 제외한 모든 차종에 하이브리드 옵션을 제공할 방침이다.

전기차 전환의 속도 조절은 일시적 유행이 아닌, 정책·소비자·수익성 세 축의 동시 역풍에서 비롯된 구조적 재편이다. 완성차 업계는 전기차를 완전히 포기하는 대신, PHEV를 완충제로 삼아 지역별 차별화 전략으로 생존 방정식을 다시 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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