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타르 국영 에너지 기업 카타르에너지(QE)가 한국을 비롯한 주요 액화천연가스(LNG) 수입국을 향해 ‘불가항력(Force Majeure)’ 선언 가능성을 공식 경고했다. 이란의 보복 공습으로 카타르 최대 LNG 생산 거점인 라스라판 산업도시가 직격탄을 맞으면서, 글로벌 에너지 시장 전반에 구조적 충격이 가해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사드 알카비 카타르에너지 최고경영자(CEO)는 현지시간 19일 로이터통신과의 인터뷰에서 “한국, 중국, 이탈리아, 벨기에로 향하는 LNG 장기 공급계약에 대해 최장 5년간의 불가항력을 선언해야 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이번 공격으로 카타르 전체 LNG 수출 용량의 17%가 손상됐으며 복구에는 3~5년이 소요될 것으로 전망됐다.
라스라판 강타…연간 1,280만t 생산 차질
이번 피격은 이스라엘이 이란 남부 최대 가스전인 사우스 파르스를 폭격한 데 대한 이란의 보복 공습으로 발생했다. 이란은 카타르, 아랍에미리트(UAE), 사우디아라비아 등 걸프 산유국 에너지 시설을 연쇄 공습했고, 이 과정에서 라스라판의 LNG 생산라인 2곳과 가스액화연료(GTL) 시설 1곳이 직접적인 피해를 입었다.
이로 인한 연간 생산 감소량은 1,280만t으로, 피격 3개 시설에서만 연간 약 200억 달러(약 30조원)의 매출 손실이 예상된다. 라스라판은 세계 LNG 공급량의 약 5분의 1을 담당하는 핵심 인프라다. 알카비 CEO는 “이란의 추가 공격 위협과 지역 내 군사적 충돌이 멈추지 않는 한 물리적인 복구 착수조차 불가능하다”고 강조했다.
한국, 단기 재고는 안전…장기화 땐 현물 의존 불가피
한국은 카타르에서 연간 900만~1,000만t의 LNG를 수입하는 주요 수입국 중 하나로, 카타르와의 장기계약 물량만 연간 610만t에 달한다. 다만 한국가스공사는 미국·호주산 물량을 대폭 늘린 공급 다변화 효과로 카타르 의존도는 전체 수입량의 20% 미만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비축 재고는 의무량을 상회하며, 연말까지 수급 위기 대응력은 충분하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실제로 불가항력이 선언돼 5년치 장기계약 물량이 차단될 경우, 부족분을 장기계약보다 단가가 높은 현물(스팟) 시장에서 조달해야 해 산업계는 물론 일반 가정의 가스요금에도 직접적인 영향이 불가피하다고 업계는 분석한다.
“호르무즈 봉쇄보다 충격 클 수도”…전 산업군으로 번지는 파장
콜럼비아대학교 글로벌 에너지 정책 센터의 이라 조세프 연구원은 “카타르가 시장에 복귀하는 시점을 2026년 중반 이전으로 보기는 어려우며, 그마저도 낙관적인 전망”이라고 진단했다. 일부 외신은 이번 사태가 “호르무즈 해협 봉쇄보다 더 큰 충격을 줄 수 있다”고 평가하는데, 전쟁이 종식된 이후에도 물리적 복구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는 점에서다.
LNG 외 부산물 수출 감소 전망도 우려를 키운다. 콘덴세이트(-24%), LPG(-13%), 헬륨(-14%) 등이 연쇄적으로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면서, 반도체 제조와 석유화학 등 첨단 산업 공급망 전반에 걸친 불안도 고조되고 있다. 한편 피해를 입은 LNG 생산라인 S4·S6에는 미국 엑손모빌이 각각 34%, 30%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어, 향후 미국-카타르 간 외교적 협력이 복구 속도에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